조명 아래
그녀는 맨발로 들어왔다.
문에서 단까지 여섯 걸음이었다. 하은은 그것을 셌다. 하나. 둘. 마룻바닥이 차가웠다. 그녀가 원한 대로. 발이 차가우면 정신이 든다. 셋. 넷. 검은 실크가 다리에 감겼다가 풀렸다. 다섯. 여섯.
그녀는 단 앞에 섰다. 단 위로 올라가지 않았다. 아직은.
그리고 봤다.
열한 개의 얼굴. 노란 빛 속에서. 그녀는 그것을 하나씩 봤다. 왼쪽부터. 모르는 얼굴. 준호. 그리고 재민.
거기 있었다. 세 번째. 왼쪽에서. 손은 무릎에.
그녀는 그의 얼굴에 잠시 머물렀다. 그가 봤다. 그의 얼굴에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다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눌러 놓고 있었다. 그녀를 위해서. 그가 무너지면 그녀도 무너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녀는 그 얼굴에서 눈을 뗐다. 다음으로 넘어갔다.
소라. 혜란. 도현.
도현의 눈은 그녀의 목에 있지 않았다. 얼굴에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봤다. 그리고 그 눈이 지난번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번 그 눈은 우연히 그녀를 봤다. 오늘 그 눈은 그녀를 보러 왔다. 그 차이가 그녀의 다리 사이를 뜨겁게 했다.
모르는 얼굴 둘. 미주.
미주는 눈을 뜨고 있었다. 곧게. 하은을 봤다. 하은이 미주를 보자 미주는 아주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허락이 아니었다. 인정이었다. 당신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안다는.
열한 개. 그녀는 다 봤다. 그리고 다시 재민에게 돌아왔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조금. 일 센티미터.
그녀는 단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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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민은 그녀가 올라가는 것을 봤다.
무릎 높이의 단. 그녀가 올라서자 그녀는 방 안의 누구보다 높아졌다. 조명이 그녀의 양쪽에서 왔다. 두 개의 그림자가 단 위에 놓였다. 그녀는 서 있었다. 검은 실크. 맨발. 붉은 끈이 손목에.
그는 그녀만 보지 않았다.
그것이 그가 발견한 첫 번째 것이었다. 그의 눈은 그녀를 봤지만 그의 눈 가장자리는 다른 것을 봤다. 옆에 앉은 준호의 숨이 느려지는 것을. 맞은편 미주가 몸을 아주 조금 앞으로 기울이는 것을. 도현의 손이 팔걸이를 잡는 것을. 그는 그것을 다 봤다. 그녀를 보면서. 그녀를 보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것은 그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뷰파인더에는 그녀만 있었다. 여기에는 그녀와 그녀를 보는 열 개의 얼굴이 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들에 나타나는 것. 그녀가 하는 일이 그 얼굴들에 어떻게 새겨지는지.
그는 그것이 자기를 미치게 할 줄 알았다. 질투로.
그것은 그를 미치게 했다. 그러나 질투가 아니었다. 아니, 질투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것에 섞여서 다른 것이 되었다. 그가 이름을 모르는 것. 그녀가 저기 있다는 것. 그녀를 저기 세운 것이 그의 셔터였다는 것. 그리고 이제 열 개의 얼굴이 그가 처음 본 것을 보고 있다는 것.
그는 손을 무릎에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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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의 손이 허리끈으로 갔다.
그녀는 끈을 잡았다. 풀지 않았다. 열한 개의 눈이 그녀의 손을 봤다. 그녀는 그것을 느꼈다. 피부로. 시선은 무게가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몰랐다. 카메라의 시선은 무게가 없었다. 재민 하나의 시선은 익숙해서 무게를 잊었다. 열한 개는 달랐다. 열한 개는 그녀의 손 위에, 어깨 위에, 목 위에 놓였다. 따뜻한 손바닥 열한 개처럼.
그녀는 끈을 풀었다.
드레스가 열렸다.
실크가 어깨에서 미끄러지는 데 일 초. 그것은 소리 없이 단 위로 떨어졌다. 그녀는 벌거벗은 채로 서 있었다. 열한 명 앞에서. 밝은 빛 아래에서. 얼굴을 가리지 않고.
방에서 누군가가 숨을 삼켰다. 아주 작게. 그녀는 누구인지 몰랐다. 그것이 그녀를 더 젖게 했다. 누구인지 모르는 것이.
그녀는 서 있었다.
그것이 어려웠다. 리허설에서 알았던 것처럼. 벗는 것보다 벗고 있는 것이. 그녀는 손을 어디에 둘지 몰랐다. 손이 팔을 잡으려 했다. 그녀는 그것을 막았다. 손을 내렸다. 허벅지 옆에. 손바닥을 열었다.
그리고 시선이 그녀 위를 지나가게 두었다.
그것은 물 같았다. 아니, 빛 같았다. 열한 개의 빛이 그녀의 몸 위를 지나갔다. 목. 젖가슴. 유두. 그것은 이미 단단해져 있었다. 배. 배꼽. 그 아래의 검은 털. 허벅지. 무릎. 발. 그리고 다시 위로. 그녀는 그것이 어디에 머무는지 알았다. 몸이 알았다. 젖가슴에 머무는 시선이 있었고 얼굴에 머무는 시선이 있었고 다리 사이에 머무는 시선이 있었다.
왼쪽 가슴 아래의 점.
그녀는 재민을 봤다. 그가 거기를 보고 있었다. 그것만. 다른 열 개의 눈이 어디에 있든 그의 눈은 거기 있었다. 그의 것. 그녀는 그것을 알았고, 그 순간 다리 사이로 무언가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허벅지 안쪽으로. 뜨겁게.
열한 명이 그것을 봤을 것이다. 빛 속에서 그녀의 허벅지가 젖어 번들거리는 것을.
"보여요?"
그녀가 말했다.
자기 목소리에 놀랐다. 소리를 낼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나왔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규칙이었다. 그러나 열한 개의 눈이 대답했다. 보여요. 다 보여요.
그녀의 손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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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민은 그녀의 손이 자기 젖가슴을 잡는 것을 봤다.
두 손으로. 아래에서 받쳐 들듯이. 그리고 손가락이 유두로 갔다. 그녀는 그것을 굴렸다. 천천히. 눈을 감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열한 개의 얼굴 위를 지나갔다. 하나씩. 자기가 만지는 것을 누가 보는지 확인하듯이.
그 눈이 도현에게 멈췄다.
재민은 봤다. 그녀가 도현을 보면서 자기 유두를 꼬집는 것을. 도현의 턱이 굳는 것을. 그의 손이 팔걸이를 더 세게 잡는 것을. 그리고 그녀의 입이 조금 벌어지는 것을.
그의 안에서 무언가가 뜨겁게 올라왔다. 목까지. 그것은 화였다. 그리고 화가 아니었다. 그는 바지 안에서 자기가 아플 정도로 딱딱해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도현을 보면서 자기를 만지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도현이 그것을 견디는 것을 보면서. 도현도 손을 팔걸이에 두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규칙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를 위해서.
그 순간 재민은 도현이 미워지지 않았다. 그것이 그를 놀라게 했다. 그는 도현을 이해했다. 저 자리에 앉아 저것을 보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은 재민이 삼 개월 동안 배운 것이었다. 도현은 팔 년 동안 배웠을 것이다.
하은의 눈이 도현에게서 떠났다. 다음으로. 미주. 소라. 그리고 그에게 돌아왔다.
그녀의 손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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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단 위에 앉았다. 가장자리에. 열한 명을 향해. 다리를 벌렸다.
그것은 그녀가 한 일 중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서서 벗는 것보다. 서서 만지는 것보다. 앉아서 다리를 벌리는 것. 이 미터 앞의 얼굴들을 향해. 숨을 데가 없이. 그녀의 안이 빛에 다 드러났다.
그녀는 내려다봤다. 자기를. 열한 명이 보는 것을. 음순이 부풀어 벌어져 있었다. 그 사이가 젖어 번들거렸다. 안쪽의 붉은 것이 보였다. 그녀는 그것을 처음 보는 것처럼 봤다. 열한 개의 눈으로.
"이렇게."
그녀가 말했다. 누구에게인지 몰랐다.
"이렇게 됐어요. 서 있는 동안."
그녀의 손이 그 사이로 갔다. 중지가 음순을 갈랐다. 위에서 아래로. 그녀는 소리를 냈다. 낮은. 그리고 손가락이 음핵을 찾았다. 그것은 이미 단단했다. 손가락이 닿자 그녀의 허리가 움직였다. 저절로.
그녀는 문지르기 시작했다.
천천히. 원을 그리며. 그녀가 혼자 할 때 하는 방식으로. 재민이 백 번 본 방식으로. 그러나 이번에는 열한 명이 봤다. 그녀는 그것을 알면서 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했다. 그녀의 다른 손이 자기 젖가슴을 잡았다. 그녀의 발가락이 단의 가장자리를 잡았다.
"다 보여요?"
그녀가 물었다. 다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열한 개의 눈이 대답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안으로 들어갔다. 두 개. 소리가 났다. 젖은 소리. 방이 조용해서 그 소리는 열한 명이 다 들었다. 그녀는 그 소리를 듣는 사람들을 봤다. 소라의 입이 벌어진 것을. 혜란의 손이 준호의 손을 잡은 것을. 모르는 얼굴 하나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 것을. 미주가 여전히 곧게 보는 것을.
그리고 재민.
그의 얼굴이 열려 있었다. 스물세 번째 장. 그녀가 찍히지 않은 그의 얼굴. 그는 손을 무릎에 올리고 있었다. 손가락이 하얬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약속한 대로.
그녀는 손가락을 넣고 빼면서 그를 봤다. 그만 봤다. 이제는. 열 개의 눈이 그녀 위에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느꼈다. 불처럼. 뜨겁게. 그녀를 태우는. 그리고 그 불 앞에서 그녀는 그를 봤다. 그가 있었다. 세 번째. 왼쪽에서. 돌아올 데.
그녀는 가까웠다. 몸이 알았다. 허벅지가 떨리기 시작했다. 배가 조여졌다. 손가락이 빨라졌다. 그녀는 소리를 냈다. 이제는 낮지 않았다. 열한 명이 듣도록.
그리고 그녀는 멈췄다.
손가락을 안에 넣은 채로. 가장자리에서. 숨을 몰아쉬면서. 그녀는 재민을 봤다.
비어 있는 칸. 상대방 참여. 손을 내밀면 그가 온다. 서윤이 그렇게 말했다. 손을 내밀면.
그녀의 손이 조금 움직였다. 자기 몸에서 떨어져. 그를 향해. 아주 조금.
그리고 멈췄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봤다.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봤다. 그의 얼굴에 그것이 있었다. 그가 부엌에서 처음 말한 것. 그가 옥상에서 서윤에게 말한 것. 그가 침실 의자에서 사십 분 동안 한 것.
그는 보고 싶었다. 끝까지.
그녀는 손을 내리지 않았다. 내밀지도 않았다. 그냥 그를 봤다. 기다렸다. 그가 대답하기를. 그가 여기서, 열한 명 앞에서, 자기가 누구인지 말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