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셔터
일요일 아침의 빛은 늘 같은 자리에서 시작됐다. 동쪽 창의 블라인드 틈을 지나 부엌 타일 위에 여덟 개의 가느다란 줄을 긋고, 아홉 시가 넘으면 그 줄이 식탁 다리까지 기어올랐다. 재민은 그 빛을 알고 있었다. 삼 년을 같은 집에서 살면서 그가 가장 자주 찍은 것이 그 여덟 개의 줄이었다.
하은은 그 줄 위에 서 있었다.
그의 회색 셔츠를 걸치고, 단추는 세 개만 채운 채로, 맨발로. 커피 그라인더가 돌아가는 소리에 묻혀 그가 카메라를 집어 드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낡은 필름 카메라였다. 셔터 소리가 유난히 크고 무뚝뚝한 기계. 그는 그 소리를 좋아했다. 세상에 무언가가 확정되는 소리 같아서.
"찍지 마."
하은은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라인더 소리 사이로 어떻게 알았는지 재민은 알 수 없었다. 아마 등으로 알았을 것이다. 삼 년이면 등에도 눈이 생긴다.
"가만히 있어."
"찍지 말라니까."
그러나 하은은 움직이지 않았다. 재민은 뷰파인더 속에서 그것을 보았다. 찍지 말라고 말하는 입술과,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어깨. 셔츠 자락 아래로 드러난 허벅지의 뒷면에 빛의 줄 하나가 걸려 있었다. 그는 초점을 맞췄다. 낡은 카메라의 초점 링은 손에 익은 저항감으로 돌아갔고, 두 개로 갈라져 있던 허벅지의 윤곽이 하나로 겹쳐졌다.
찰칵.
그 소리에 하은의 어깨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그라인더가 멈췄다. 이제 부엌에는 냉장고 소리와 필름이 감기는 소리만 남았다. 지익, 하고 그가 레버를 당겼다.
"뭐 하는 거야."
"너 찍어."
"아침부터."
"아침이니까."
하은은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물을 끓이고, 필터를 접고, 그 사이 재민은 두 발짝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창의 빛이 이제 그녀의 옆얼굴을 반으로 갈라 놓았다. 뷰파인더 속에서 그녀는 반은 밝고 반은 어두웠다. 콧대에 걸린 빛. 아랫입술의 미세한 갈라짐.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렌즈를 통해 보면 처음 보는 것처럼 보였다. 그게 그가 그녀를 찍는 이유였다. 매번 처음처럼 보려고.
찰칵.
이번에는 하은이 눈을 감았다. 아주 잠깐이었다. 물을 붓는 손이 흔들려서 필터 위로 물이 넘칠 듯했다.
"하은아."
"응."
"이쪽 봐."
그녀는 보지 않았다. 대신 몸을 돌려 조리대에 등을 기댔다. 그러자 셔츠의 앞섶이 벌어지면서 쇄골 아래, 채운 단추 사이의 틈이 보였다. 재민은 카메라를 내리지 않았다. 뷰파인더 너머로 그는 셔츠의 얇은 천이 가슴 위에서 어떤 모양으로 놓여 있는지를 보았다. 그리고 그 천 아래에서 무언가가 단단해지는 것을 보았다.
두 개의 작은 점이 회색 천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부엌은 춥지 않았다.
그는 그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렌즈를 조금 아래로 내렸다. 초점을 그 두 점에 맞췄다. 하은은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손이 조리대 가장자리를 잡았다. 손가락 마디가 하얘졌다.
"재민아."
"응."
"그만 찍어."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만 찍으라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는 알았다. 삼 년이면 목소리에도 눈이 생긴다. 그는 셔터를 눌렀다.
찰칵.
하은의 몸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그 떨림은 어깨에서 시작해 허리를 지나 셔츠 아래 맨 허벅지까지 내려갔다. 그녀가 허벅지를 조금 모았다. 재민은 뷰파인더 속에서 그것을 보았다. 무릎이 서로에게 기대는 것을. 그가 아는 동작이었다. 그녀가 젖었을 때 하는 동작.
그는 카메라를 내렸다.
하은은 창 쪽을 보고 있었다. 뺨이 붉었다. 부엌은 여전히 춥지 않았다.
"뭐야."
그가 물었다. 물음이 아니었다.
"몰라."
그녀가 대답했다. 대답이 아니었다.
재민은 카메라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렌즈가 그들 쪽을 향하도록. 그는 그것을 의식하지 않았다. 나중에 그 사실을 떠올리고 나서야 자기가 왜 렌즈 캡을 덮지 않았는지 오래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 그는 세 걸음을 걸어 하은의 앞에 섰고, 셔츠의 세 개의 단추 중 첫 번째를 풀었다.
"커피."
"나중에."
두 번째 단추. 셔츠가 어깨에서 미끄러졌다. 그녀는 아래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아침 빛의 줄 하나가 왼쪽 가슴 아래를 가로질렀고, 그 줄이 지나는 자리에 그가 아는 작은 점이 있었다. 갈색의, 쌀알 크기의. 그는 그것에 입을 맞췄다. 하은이 숨을 삼켰다.
세 번째 단추는 풀지 않았다. 셔츠는 허리에 걸린 채로 남았다. 그는 그녀를 조리대 위로 올려 앉혔다. 차가운 대리석에 맨 살이 닿자 그녀의 등이 휘었다. 그는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무릎을 넣었고, 무릎에 닿은 것은 이미 미끄러웠다.
"이렇게나."
그가 말했다.
"말하지 마."
그녀가 말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를 열었다. 검지와 중지로, 젖은 음순을 갈라 열고 그 안의 열기 속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하은의 손이 그의 목덜미를 잡았다. 조리대 위에 놓여 있던 커피 필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무도 보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이 안으로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축축한 소리가 났고, 그 소리는 부엌의 정적 속에서 셔터 소리만큼 선명했다.
"재민아."
"응."
"들어와."
그는 바지를 내렸다. 조리대의 높이는 정확했다. 삼 년이면 조리대의 높이도 몸이 안다. 그는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손바닥으로 밀어 열고, 자신의 끝을 그녀의 입구에 댔다. 그리고 천천히 들어갔다.
하은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대신 입을 벌렸다. 그녀의 안은 뜨겁고 좁고 이미 흠뻑 젖어 있어서, 그가 끝까지 들어갔을 때 그녀의 안쪽이 그를 붙잡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리게. 아침이었다.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그녀의 시선이 그의 어깨 너머로 갔다.
그는 처음에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의 안이 조여지는 것, 허벅지가 그의 허리를 감는 것, 조리대를 잡은 손가락이 하얘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의 눈이 어딘가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얼굴이 아닌 곳. 그의 어깨 너머, 식탁 위.
카메라.
렌즈가 그들을 향하고 있었다. 검고 둥근 눈. 아무것도 찍고 있지 않은, 그러나 열려 있는.
하은은 그것을 보고 있었다. 그가 그녀의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그녀의 젖가슴이 그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동안, 그녀는 그 검은 눈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그가 처음 보는 표정이 있었다. 부끄러움과 그 부끄러움을 견디는 것. 견디면서 열리는 것.
"하은아."
그녀는 그를 보지 않았다.
"뭘 보고 있어."
그녀의 안이 갑자기 조여졌다. 그가 묻는 말이 그녀를 더 조이게 만들었다. 그는 그것을 느꼈고, 이해하지 못한 채로, 더 세게 움직였다. 조리대 위의 컵이 흔들렸다. 그녀의 뒤통수가 찬장 문에 닿았다. 그녀는 여전히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보고 있어."
그녀가 말했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뭘."
"저게. 저게 나를."
그가 멈췄다. 아니, 멈추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허벅지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의 발뒤꿈치가 그의 등을 눌렀다. 그녀는 카메라를 보면서, 그의 위에서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리를 들고 내리면서. 젖은 소리가 부엌에 가득 찼다.
"찍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가 말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알아."
"그런데."
"알아. 아는데."
그녀는 그의 목덜미를 잡아당겼다. 이제 그녀의 눈이 그를 봤다. 젖은 눈. 검은 눈. 그리고 그녀는 그의 귓가에 말했다.
"보이는 것 같아. 저기서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
그리고 그녀는 절정했다. 조리대 위에서, 그를 안에 넣은 채로, 삼 년 동안 그가 본 어떤 절정보다 빠르고 깊게. 그녀의 안이 그를 물고 놓지 않았다. 그녀의 허벅지가 떨렸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소리가 아니라 숨이었다. 그는 그 숨 속에서 자신도 무너졌다. 그녀의 안 깊은 곳에, 뜨겁게, 그녀가 떨리는 동안.
부엌은 다시 조용해졌다. 냉장고 소리. 어디선가 물이 끓다가 꺼지는 소리. 커피는 결국 내리지 못했다.
하은은 그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있었다. 숨이 고르게 돌아오는 데 오래 걸렸다. 재민은 그녀의 등에 손을 얹고, 자기 어깨 너머로 식탁 위를 봤다.
카메라는 그대로 있었다. 아무것도 찍지 않았고,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유리와 금속과 필름. 그러나 그것은 그들을 향하고 있었고, 그는 그것을 덮어 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러지 않았다.
그날 밤 그는 욕실 불을 끄고 필름을 되감았다. 스물넉 장 중 다섯 장을 오늘 아침에 썼다. 그는 릴에 필름을 감으면서 뷰파인더 속에서 본 것을 다시 생각했다. 회색 천 아래의 두 점. 서로에게 기대는 무릎. 찍지 말라고 말하면서 그대로 있던 어깨.
그리고 카메라를 보던 그녀의 눈.
그는 그 눈을 찍지 못했다. 그때 그의 손은 카메라 위에 있지 않았다. 그것이 아쉬운지, 아니면 다행인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옆방에서 하은은 잠들어 있었다. 아니, 잠든 척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눈을 뜬 채로 아침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셔터 소리. 그 소리가 날 때마다 몸 어딘가가 열리는 느낌. 재민이 아니라 무언가가, 재민 너머의 무언가가 자신을 확정해 버리는 느낌.
그녀는 그것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