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발자국

21시.

준호가 뛰었다.

마당을 지나 숲으로. 어제 그가 올라간 능선. 몸이 먼저 갔다. 아는 길로.

열 걸음에 알았다. 너무 크다. 발소리. 숨소리. 나뭇가지가 어깨를 치는 소리. 호루라기가 가슴에서 튀는 소리. 사냥꾼처럼 뛰고 있었다. 사냥꾼은 소리를 내도 된다. 사냥감은 안 된다.

멈췄다.

뒤를 봤다. 펜션 불빛. 나무 사이로 노란 점. 8번. 아직 보인다.

숨을 골랐다. 안 골라졌다.

그리고 알았다. 서 있었다. 아직. 소파에서부터. 뛰는 동안 트레이닝 바지 천이 계속 스쳤다. 이게 이런 거였구나. 그녀가 어제 말한 거. 무서운데 다리 사이가 뜨겁다는 거. 무섭지는 않았다. 아직은. 그런데 뜨거웠다. 피부 전체가.

오른쪽으로 갔다. 능선 말고 옆으로. 그녀가 예상 못 할 데로.

뒤에 빛이 없었다.

그게 이상했다. 어제 그는 숲을 하얗게 갈랐다. 나무를 하나씩 만졌다. 그녀는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어둠만. 그녀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모든 소리가 그녀였다. 나뭇잎. 바람. 자기 심장.

그가 몸을 낮췄다. 뿌리 사이. 어제 세라가 넘어진 데 근처. 나무가 굵었다. 뒤를 막아줬다. 앉았다. 호루라기를 손에 쥐었다. 안 울리게. 숨을 죽였다.

시간이 지났다. 얼마나. 몰랐다. 핸드폰을 켜면 빛. 그녀가 어제 이랬구나. 시간이 없어지는 거. 1분이 10분 같고 10분이 1분 같은 거.

"시간."

그녀의 목소리. 왼쪽. 멀지도 가깝지도 않았다. 차분했다. 소리 지르지 않았다. 그냥 말했다. 숲이 조용해서 그것으로 충분했다.

15분.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규칙대로.

기다렸다. 몸이 굳었다. 다리가 저렸다. 바지 안은 여전히 아팠다. 나무껍질에 등을 대고 있었다. 어제 그가 세라를 눌렀던 낙엽이 저기 어디 있을 것이다.

'이기고 있어.'

그 생각이 들자마자 무서워졌다. 이기고 있다는 건 그녀가 나를 못 찾고 있다는 것. 어제 그녀가 그랬듯이. 계곡에서.

'아니. 그녀는 불빛 보이는 데 있어. 8번. 그녀가 쓴 규칙이야.'

"시간."

오른쪽.

그가 숨을 멈췄다. 왼쪽이었는데. 오른쪽. 더 가까웠다. 그녀가 움직였다. 절뚝거리며. 소리 없이. 어떻게.

30분인가. 아니. 30분이면 게임이 끝났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두 번째. 30분. 아니면 이제 30분이 되는 건가. 몰랐다. 시간이 없었다.

빛.

바로 얼굴에.

3미터. 아니, 더 가까웠다. 그녀가 거기 서 있었다. 손전등을 그의 눈에. 그가 손을 들어 막았다. 빛이 내려갔다. 그의 가슴. 배. 바지 앞. 거기서 멈췄다.

"어제 여기서 나 넘어졌지." 세라가 말했다. "뿌리."

그가 대답 못 했다.

"네가 나 찾은 자리니까 좋은 자리라고 생각했지."

그녀는 언제부터 거기 있었나. 두 번째 "시간"이 오른쪽에서 난 게. 그때부터. 그러니까 최소 몇 분. 그녀는 그를 보면서 서 있었다. 불을 안 켜고. 숨을 죽인 그를.

몸이 먼저 움직였다.

그가 뛰었다. 뿌리를 넘었다. 뒤로. 왼쪽. 불빛이 등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녀는 쫓지 않았다. 발소리가 없었다. 그게 더 무서웠다. 사냥꾼이 안 뛴다.

"준호."

그녀의 목소리. 뒤에서. 여전히 차분했다.

"5분 남았어. 어디로 갈 건데."

그가 뛰었다.

"불빛 안 보이면 8번 위반이야."

그가 멈췄다.

뒤를 봤다. 펜션. 노란 점. 나무 하나만 더 지나면 사라진다. 딱 그 자리였다.

앞으로 가면 종이를 어긴다. 뒤로 가면 그녀다.

숨. 그의 숨만.

빛이 다가왔다. 천천히. 절뚝. 절뚝. 한 걸음. 한 걸음. 뛰어서 오는 것보다 훨씬 나쁜 속도였다. 도망칠 시간이 넘치는데 도망칠 데가 없는 속도.

그녀가 앞에 섰다. 손전등을 발치에 내려놓았다. 빛이 위로 퍼졌다. 그녀의 얼굴이 아래에서 비쳤다. 웃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그의 가슴에. 밀었다. 그의 등이 나무에 닿았다.

"색깔."

그녀가 물었다. 그가 어제 그랬듯이. 명령처럼.

"초록."

"제대로."

"초록. 세라. 초록."

그녀가 호루라기 줄을 그의 목에서 들어 티셔츠 밖으로 뺐다. 그대로 목에 걸린 채. 손 닿는 데. "입은 자유야."

그리고 그의 티셔츠 밑단을 잡았다. 위로. 머리 위로. 팔이 따라 올라갔다. 그리고 멈췄다. 티셔츠가 손목에서 뭉쳤다. 팔이 머리 위에 묶인 채. 천으로. 빼려면 뺄 수 있었다. 뺄 생각이 안 들었다.

"손 내리면 다시 시작해." 그녀가 말했다. "처음부터."

그가 손을 안 내렸다.

그녀의 손이 그의 배를 훑었다. 트레이닝 바지 허리끈. 풀었다. 바지가 내려갔다. 속옷도. 그가 튀어나왔다. 밤공기에. 완전히 서 있었다. 소파에서부터. 뛰면서. 숨어 있으면서. 내내.

"저장했네."

그가 소리를 냈다. 대답이 아니었다.

세라가 무릎을 꿇었다. 발목 때문에 천천히. 낙엽 위에. 그녀의 입이 그를 감쌌다. 뜨거웠다. 젖었다. 그가 머리를 나무에 부딪혔다. 손목이 티셔츠 안에서 뒤틀렸다. 안 내렸다.

그녀가 천천히 했다. 끝까지. 다시. 그가 떨렸다. 허리가 앞으로 나갔다.

그녀가 입을 뗐다.

"아직."

"세라—"

"아직."

그녀가 일어섰다. 자기 레깅스 허리를 잡았다. 내렸다. 발목의 압박밴드 위로 조심스럽게. 한 발. 다른 발. 팬티. 손전등 빛 안에 그녀의 허벅지. 그 사이. 젖어 있었다. 빛에 보였다. 그가 봤다. 팔은 위에 묶인 채.

"앉아."

그가 나무 밑동에 미끄러져 내렸다. 낙엽. 차가웠다. 등이 껍질에 긁혔다. 팔은 머리 위에. 그대로.

세라가 그의 위로 올라왔다. 허벅지가 그의 허벅지 양쪽에. 그녀가 손으로 그를 잡았다. 자기에게 맞췄다.

내려앉았다.

천천히. 끝까지. 그가 소리를 질렀다. 숲에. 어제 그녀가 그랬듯이. 아무도 없었다.

"움직이지 마."

그가 움직였다. 허리가 올라갔다. 참을 수 없었다.

그녀가 올라갔다. 그에게서 빠져나왔다. 완전히.

"내가 움직여."

"미안."

"색깔."

"초록. 초록. 제발."

그녀가 다시 내려앉았다. 이번엔 빨랐다. 한 번에. 그리고 움직였다. 그녀의 속도로. 어제 그의 속도가 사냥꾼의 속도였다면 이건 다른 것이었다. 기다린 사람의 속도. 30분 동안 어둠 속에 서서 그를 지켜본 사람의.

그녀의 손이 자기 다리 사이로 갔다. 음핵. 그녀가 자기를 만지며 그 위에서 움직였다. 그는 볼 수밖에 없었다. 손전등이 아래에서 그녀를 비췄다. 티셔츠가 올라가 배가 보였다. 가슴이 흔들렸다. 그녀의 얼굴. 눈은 그를 보고 있었다. 계속.

"날 봐."

"보고 있어."

"계속."

그녀가 빨라졌다. 숨이 끊겼다. 그녀가 그 위에서 왔다. 소리가 나무 위로. 안이 조여들었다. 그가 이를 물었다. 참았다. 참으라는 말은 없었지만 참았다.

그녀가 숨을 골랐다. 그를 봤다. 아직 그 위에.

"지금."

그가 왔다. 허리가 올라갔고 이번엔 그녀가 막지 않았다. 손목이 티셔츠 안에서 비틀렸다. 그가 그녀 안에서 소리를 냈다. 이름을. 몇 번.

숨.

세라가 손을 뻗어 그의 팔을 내렸다. 티셔츠를 풀었다. 손목을 봤다. 빛을 비췄다. 빨갰다. 자국은 아니었다. 아침이면 없을 것.

"옷 안." 그가 말했다.

"옷 안."

그녀가 그에게서 내려왔다. 천천히. 발목. 그가 손을 내밀어 잡아줬다. 그녀가 레깅스를 올렸다. 그가 바지를 올렸다. 티셔츠를 입었다. 뒤집혀 있었다. 그대로 입었다.

"몇 분?" 그가 물었다.

세라가 핸드폰을 켰다. "28분."

"이길 뻔했네."

"아니." 그녀가 손전등을 들었다. "넌 20분쯤부터 거기 있었어. 내가 기다린 거야."

"왜."

"네가 이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얼굴을 보고 싶었어."

그가 웃었다. 처음. 오늘 밤 처음.

"7번."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그가 잡았다. 그리고 그녀 허리를 다른 팔로 받쳤다. 절뚝. 절뚝. 사냥꾼이 사냥감에게 기대서 걸었다.

펜션 불빛이 가까워졌다.

"나 무서웠어." 준호가 말했다.

"언제."

"네가 안 쫓아왔을 때."

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그래서 안 쫓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