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쓴 줄
아침에 발목은 보라색이었다.
세라가 침대 끝에 앉아 그걸 봤다. 준호가 커피를 들고 문가에 서 있었다.
"걸을 수 있어?"
세라가 일어섰다. 디뎠다. 얼굴이 찌푸려졌다. 걸었다. 절뚝. 절뚝. 부엌까지.
"걸을 수 있어."
"뛸 수는 없고."
"사냥꾼은 안 뛰어."
준호가 커피를 내려놓았다. "그 얘기 나중에 해."
창밖으로 숲이 있었다. 햇빛이 나무 사이로 그냥 들어왔다. 그냥 나무였다. 소나무. 참나무. 낙엽. 어제 그 숲이었다. 아니었다.
"낮에 보면 그냥 나무네." 세라가 말했다.
"밤에도 그냥 나무야."
"아니었어."
읍내까지 차로 25분이었다. 약국에서 파스와 압박밴드. 다이소에서 세라가 호루라기를 골랐다. 노란색. 목에 거는 줄이 달린 것.
"이거 하나 더." 세라가 두 번째 것을 집었다.
"왜 두 개."
"다음에 내가 사냥감일 때."
준호가 계산했다.
돌아와서 테이블에 앉았다. 종이가 어제 그대로 있었다. 두 개의 서명. 일곱 줄. 세라가 볼펜을 집었다.
8. 경계. 펜션 불빛이 보이는 곳까지만. 불빛이 안 보이면 멈추고 보이는 데까지 돌아온다. 사냥꾼도 사냥감도.
"이러면 숲 절반이 날아가." 준호가 말했다.
"절반이면 충분해. 어제 봤잖아. 열 걸음이면 사람 없어져."
9. 사냥감은 호루라기. 한 번 — 노란불. 세 번 — 빨간불. 사냥꾼은 호루라기 소리를 들으면 게임을 멈추고 소리 쪽으로 간다.
"손뼉은?"
"젖으면 소리 안 나."
준호가 그 줄을 다시 읽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10. 15분마다 사냥꾼이 소리친다. "시간." 사냥감은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대답하면 위치가 들킨다. 대답 안 하면 시간만 안다.
"이건 왜."
"어제 나 시간 몰랐어. 핸드폰 켜면 빛이니까. 시간 모르면 30분이 세 시간 같아."
준호가 볼펜을 받았다. 한 줄 더 썼다.
11. 사냥꾼은 사냥감이 안 보여도 15분마다 어디 있는지 '생각'한다. 게임을 이기는 것보다 먼저.
세라가 그 줄을 봤다. "이건 규칙이 아니라 반성문인데."
"응."
"3초였어."
준호가 볼펜을 놓았다. "뭐."
"돌 소리 났을 때. 사슴인 줄 알았다고 했잖아. 그게 몇 초였어."
"3초. 4초."
"그거 가지고 밤새 뒤척였지."
"3초면 사람 죽어."
"안 죽었어."
"이번엔."
세라가 손을 뻗어 그의 손목을 잡았다. "준호. 내가 무서웠던 거 뭔지 알아? 네가 나 못 찾을까봐가 아니었어. 네가 나 안 찾을까봐. 게임 중이니까. 내가 숨는 게 게임이니까. 내가 없어진 게 잘 숨은 건 줄 알까봐."
"그래서 종이에 썼잖아. 빨간불이면 끝이라고."
"종이에 있어도 네가 안 들으면 소용없어."
"들었어."
"그러니까." 세라가 손목을 놓았다. "들었으니까. 오늘 밤 내가 사냥해."
준호가 오래 그녀를 봤다.
"발목."
"압박밴드. 절뚝거리면서도 걸을 수 있어. 사냥꾼은 뛸 필요 없어. 사냥감이 뛰지."
"내가 뛰어야 하네."
"응. 네가 뛰어야 해."
그가 종이를 봤다. 열한 줄. 두 개의 서명은 어제 것이었다. 세라가 볼펜을 내밀었다.
"다시 서명해."
"왜."
"규칙이 바뀌었으니까."
그가 썼다. 그녀가 썼다. 날짜. 15시 12분.
오후는 길었다. 세라는 소파에서 발목을 올려놓고 잤다. 준호는 마당에 나가 어제 자기가 올라간 능선을 봤다. 낮에는 경사가 별거 아니었다. 계곡도 보였다. 바위. 얕은 물. 세라가 누워 있던 자리. 별거 아니었다. 다 별거였다.
해가 기울었다.
세라가 압박밴드를 감았다. 단단히. 발을 디뎌봤다. 됐다.
"갈아입어." 그녀가 말했다.
"뭘."
"뛸 옷."
준호가 방으로 갔다. 검은 티셔츠. 트레이닝 바지. 운동화. 나왔을 때 세라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를 보고 있었다.
"이리 와."
그가 갔다. 그녀 앞에 섰다.
"앉아."
그가 옆에 앉으려 했다. 세라가 그의 팔을 잡아 소파 가운데로 밀었다.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탔다. 허벅지 위에. 발목이 아팠을 텐데 얼굴에 안 보였다.
"세라—"
"조용히."
그녀의 손이 티셔츠 밑으로 들어갔다. 배. 가슴. 손톱이 천천히 내려갔다. 그의 숨이 바뀌었다. 그녀의 손이 바지 허리 안으로. 그를 잡았다. 이미 반은 서 있었다. 그녀가 잡고 있는 동안 다 섰다.
"어제." 그녀가 그의 귀에 말했다. "네가 나 잡을 때. 색깔 물었지. 명령처럼."
"응."
"오늘 밤엔 내가 물어."
손이 움직였다. 천천히. 위. 아래. 준호의 머리가 소파 등에 닿았다. 눈을 감았다.
"눈 떠."
그가 떴다.
"날 봐."
그가 봤다. 그녀는 웃지 않았다. 손은 계속 움직였다. 그가 허리를 올렸다. 그녀가 다른 손으로 그의 허리를 눌렀다.
"움직이지 마. 내가 움직여."
숨. 그의 숨이 거칠었다. 그녀의 손이 빨라졌다. 그가 소리를 냈다. 가까웠다. 그녀도 알았다.
손이 멈췄다.
빠져나왔다.
"세라."
"저장해."
"뭐라고."
"저장해. 오늘 밤 쓸 거야." 그녀가 그의 허벅지에서 내려왔다. 절뚝거리며 현관으로 갔다. 호루라기 하나를 집어 돌아왔다. 그의 목에 걸었다. 노란 것. 줄을 티셔츠 밖으로 빼놓았다. "9번. 네 거야."
그리고 손전등을 들었다. 켰다. 껐다. 한 번만.
"오늘 밤 네가 어떻게 잡히는지 미리 알려주는 거야. 내가 정해. 언제. 어디서. 얼마나."
준호는 소파에 그대로 있었다. 바지 안이 아팠다.
"21시." 세라가 말했다. "너 먼저 가."
시계가 20시 47분이었다.
13분이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