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걸음 뒤
숲은 소리로 가득했다. 전부 세라의 소리였다.
숨. 발. 심장.
멈췄다. 나무에 등을 붙였다. 껍질이 후드 너머로 등을 긁었다.
들었다.
없다. 아직.
어디까지 왔는지 몰랐다. 뒤를 봤다. 펜션 불빛이 없었다. 좋았다. 무서웠다. 둘이 같은 자리에 있었다.
물소리. 왼쪽 멀리. 계곡. 그러니까 오른쪽.
핸드폰을 꺼내려다 멈췄다. 화면이 켜지면 빛. 안 된다. 시간을 모르는 채로 있어야 했다. 그게 더 무서웠다.
움직였다. 몸을 낮췄다. 발을 낙엽이 아닌 흙에. 어릴 때 숨바꼭질을 이렇게 했던가. 아니다. 이렇게는 아니었다.
빛.
멀리. 나무 사이로 한 줄. 훅 지나갔다.
세라가 주저앉았다. 낙엽이 터졌다. 너무 컸다.
빛이 멈췄다. 이쪽으로 돌았다.
숨을 참았다.
빛이 나무들을 하나씩 만졌다. 그녀 앞 나무. 옆 나무. 세라는 눈을 감았다. 눈이 빛을 반사한다고 어디서 읽었다. 짐승처럼.
빛이 지나갔다. 멀어졌다.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알았다.
젖어 있었다.
레깅스 안. 무서워서 손이 떨리고 있는데, 거기가 뜨겁고 젖어 있었다. 두 감각이 같은 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갈라지지 않았다.
'이거였구나.'
일어났다. 반대쪽으로. 그가 간 반대쪽.
뿌리에 걸렸다.
넘어졌다. 손바닥이 흙에 박혔다. 소리. 큰 소리.
빛이 확 돌아왔다. 가까웠다. 아까보다 훨씬.
"세라."
그의 목소리. 낮았다. 평소 목소리가 아니었다. 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규칙에 없었다. 일어났다. 뛰었다.
뒤에서 발소리. 빠르다. 그의 다리는 길었다. 손전등 빛이 등을 핥았다. 앞의 나무들이 하얗게 튀어 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림자가 앞으로 길게 뻗었다. 자기 그림자를 밟으며 뛰었다.
숨이 안 쉬어졌다. 다리가 뜨거웠다. 다리 사이가 더.
'잡히고 싶어?'
'아니.'
'아니?'
경사. 몸이 아래로 쏠렸다. 미끄러졌다. 나무를 잡았다. 껍질이 손바닥을 찢었다.
빛이 사라졌다.
멈췄다. 뒤를 봤다. 없다. 어디로 갔지. 어디로.
귀 바로 뒤에서 숨소리.
손이 후드를 잡았다. 홱.
세라는 비명을 질렀다. 진짜 비명이었다. 몸이 뒤로 넘어갔다. 낙엽이 등을 받았다. 무게가 위로 떨어졌다.
"잡았다."
그의 숨이 귀에. 뜨거웠다. 손전등은 어딘가로 굴러가서 나무 밑동만 하얗게 비추고 있었다. 나머지는 전부 어둠.
세라는 저항했다. 규칙대로. 진심으로. 팔을 비틀고 발을 찼다. 무릎이 그의 허벅지를 쳤다. 그가 신음했다. 그리고 그녀의 두 손목을 잡아 머리 위로 모았다. 한 손으로. 눌렀다. 낙엽이 손등에 들러붙었다.
"색깔."
명령처럼 말했다.
"초록." 세라가 숨을 뱉었다. "초록. 씨. 초록."
그의 다른 손이 후드를 밀어 올렸다. 배. 갈비. 브라 위로 움켜잡았다. 아팠다. 좋았다. 그가 브라를 위로 걷어냈다. 밤공기가 젖꼭지에 닿았다. 딱딱해졌다. 그가 입으로 물었다. 세라는 소리를 냈다. 숲 전체에.
"조용히 안 해도 돼." 그가 젖꼭지에서 입을 떼고 말했다. "아무도 없어."
그 말이 그녀를 더 뜨겁게 했다. 아무도 없다. 도망친 곳에서 잡혔다. 소리를 내도 아무도 안 온다.
그의 손이 레깅스 허리를 잡았다. 한 번에 내렸다. 팬티까지 같이. 무릎에서 걸렸다. 다리가 묶인 것처럼 됐다. 차가운 공기가 젖은 데 닿았다. 더 차가웠다. 더 젖어 있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젖어서." 손가락이 훑었다. 위에서 아래로. 세라가 몸을 비틀었다. "무서웠어?"
"응."
"그런데."
"응. 그런데."
손가락이 안으로. 두 개. 한 번에. 세라가 머리를 뒤로 젖혔다. 낙엽. 하늘. 별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 손가락이 안에서 굽혀졌다. 그녀는 소리쳤다. 나뭇가지 사이로 소리가 올라갔다.
그가 손을 뺐다. 지퍼 소리. 벨트가 낙엽에 떨어지는 소리.
그가 그녀를 뒤집었다. 배가 낙엽에. 무릎을 세우게 했다. 손목은 여전히 그의 한 손에. 등 뒤로 모아졌다. 뺨이 흙에 닿았다. 흙 냄새. 젖은 나무 냄새.
"준호."
"색깔."
"초록—"
그가 들어왔다. 한 번에. 끝까지.
세라는 흙에 입을 묻고 소리를 냈다. 그가 움직였다. 느리지 않았다. 사냥꾼의 속도였다. 뒤에서. 잡힌 채로. 손목을 놓지 않은 채로. 매번 끝까지 들어왔다. 낙엽이 무릎 밑에서 부서졌다.
그의 다른 손이 앞으로 왔다. 음핵을 찾았다. 눌렀다. 돌렸다. 세라의 다리가 떨렸다. 무릎이 무너지려 했다. 그가 허리를 잡아 올렸다.
"도망친 거." 그가 그녀 안에서 말했다. 숨이 끊겼다. "얼마나 빨랐는데."
"잡혔잖아."
"잡혔지." 더 깊이. "잡혔지."
낙엽. 흙. 그의 땀이 그녀 등에 떨어졌다. 손전등이 비추는 나무 밑동만 하얗고 나머지는 전부 어둠이었다. 그 어둠 안에서 그녀는 왔다. 소리가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안이 조여들었다. 그가 그걸 느꼈다. 그도 곧이었다. 그는 그녀 안에 남았다. 어깨에 이를 박았다. 후드 밑. 옷 안. 규칙.
숨.
둘의 숨만.
그가 손목을 놓았다. 세라의 손이 낙엽을 쥐었다. 손가락이 펴지지 않았다.
"괜찮아?"
그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낮지 않은. 그의 목소리.
"응."
"진짜."
"응. 진짜." 세라가 몸을 돌려 누웠다. 그의 얼굴이 어둠 속에 있었다. 윤곽만. "몇 분 걸렸어?"
그가 핸드폰을 켰다. 빛이 그의 얼굴을 아래에서 비췄다. "19분."
"빨랐네."
"네가 넘어졌어."
"뿌리."
"뿌리." 그가 그녀 머리에서 낙엽을 떼어냈다. 하나. 둘. 셋.
그가 손전등을 가져왔다. 그녀의 레깅스를 올려주었다. 팬티부터. 천천히. 후드를 내렸다. 브라는 대충 되어 있었다. 그가 고쳐주려다 세라가 손을 밀었다.
"됐어. 들어가서."
그녀가 일어섰다. 다리가 흔들렸다. 그가 잡았다.
"7번." 세라가 말했다.
"뭐?"
"규칙 7번. 손."
그가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잡았다. 손바닥이 쓰라렸다. 그가 손전등으로 그녀 손바닥을 비췄다. 껍질에 긁힌 자국. 피는 안 났다.
"옷 안 아닌데." 그가 말했다.
"그건 나무가 한 거야."
펜션 불빛이 보일 때까지 둘 다 말하지 않았다. 세라의 다리가 아직 떨렸다. 무서워서인지, 다른 건지. 이제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