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서명

펜션 열쇠는 우편함 안에 있었다.

관리인은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문자 한 통이 전부였다. 숲 전체 쓰셔도 됩니다. 계곡 쪽은 조심하세요.

준호가 트렁크를 열었다. 세라는 이미 마당에 서 있었다. 짐을 들지 않고. 숲을 보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나무 사이로 붉은빛이 갈라졌다. 새소리가 없었다. 차 소리도. 바람만.

"넓다." 세라가 말했다.

"사유림 전부. 오늘 밤은 우리만."

"그게 무섭네."

"그래서 온 거잖아."

세라가 웃었다. 짧게. 준호는 그 웃음을 알았다. 무서울 때 나오는 웃음. 그 뒤에 뭐가 오는지도 알았다. 삼 년이었다.

거실 테이블에 A4 용지 한 장을 올렸다. 볼펜 두 개.

"진짜 쓸 거야?" 세라가 물었다.

"쓰기로 했잖아."

"말로 해도 되는데."

"말은 도망갈 때 안 들려."

세라가 볼펜 뚜껑을 열었다. 준호가 맨 위에 썼다. 사냥 허가.

"제목까지 써?"

"공문서야."

세라가 첫 줄을 썼다. 1. 출발. 21시. 사냥감이 먼저 숲으로. 사냥꾼은 10분 뒤.

"10분은 짧아." 준호가 말했다.

"15분?"

"아니. 10분." 세라가 숫자에 동그라미를 쳤다. "나 빨라."

준호가 다음 줄을 썼다. 2. 장비. 손전등은 사냥꾼만 하나. 사냥감은 맨손. 핸드폰은 둘 다 주머니에. 전화는 언제든 걸어도 됨.

"전화하면 게임이 아니잖아."

"게임이 아니게 될 때 쓰는 거야."

세라가 볼펜 끝으로 종이를 톡톡 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3. 금지 구역. 세라가 종이 한쪽에 지도를 그렸다. 삐뚤빼뚤한 펜션. 뒤로 숲. 왼쪽 아래 계곡. 오른쪽 도로. 계곡에 엑스를 세 개 쳤다.

"거긴 왜 세 개야."

"낮에 봤잖아. 바위 젖어 있었어. 관리인도 조심하라고 했고."

준호가 도로 쪽 철망에도 엑스를 쳤다. 펜션 뒤 창고에도.

"창고는 왜."

"문 잠긴 데 들어가면 못 찾아. 그건 숨는 게 아니라 없어지는 거야."

4. 색깔. 준호가 썼다. 초록. 계속. 노란불. 멈추고 확인. 빨간불. 전부 끝. 게임도 몸도.

"빨간불 들으면?" 세라가 물었다.

"손전등 위로 들고 대답해. 들었어, 라고."

"목소리 안 나오면."

준호가 잠깐 멈췄다. "손뼉 세 번."

세라가 그걸 썼다. 손뼉 3회 = 빨간불. 글자가 조금 흔들렸다.

5. 잡혔을 때.

세라의 손이 멈췄다. 준호는 기다렸다.

"잡히면." 세라가 말했다. "저항해도 돼. 진짜로. 근데 도망은 끝."

"어디까지."

"뭐든." 세라가 준호를 봤다. "거기서. 숲에서. 바로."

준호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그가 썼다. 잡힌 자리에서. 끌고 가지 않는다.

"추가." 세라가 종이를 끌어갔다. 얼굴 안 때림. 목 안 조름. 입 안 막음.

"입은 왜."

"색깔 말해야 하잖아."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볼펜을 받았다. 한 줄 더. 자국은 옷 안에만.

"월요일 회의." 세라가 말했다. "고마워."

6. 시간. 30분. 못 잡으면 사냥감 승.

"이기면 뭐 주는데."

"내일 밤. 역할 바꿈."

세라가 웃었다. "그건 원래 하기로 한 거잖아."

"그러니까 이기든 지든 내일은 네 차례야."

"그럼 왜 써."

"네가 나 쫓을 때 이 종이 보라고."

7. 끝. 어느 쪽이든 끝나면 함께 걸어서 펜션으로. 손 잡고.

"이건 누가 넣은 거야."

"내가."

"촌스러워."

"서명해."

세라가 이름을 썼다. 준호가 이름을 썼다. 날짜. 20시 41분.

종이를 테이블 가운데에 두었다. 둘 다 잠깐 봤다. 별거 아닌 종이였다. 별거였다.

세라가 옷을 갈아입었다. 검은 레깅스. 회색 후드. 낡은 운동화. 머리를 높이 묶었다. 거울 앞에서 잠깐 멈췄다. 뛰기 좋은 옷. 벗기기 쉬운 옷. 둘 다 생각하고 골랐다.

준호는 작업복 재킷을 입었다. 손전등 배터리를 새로 넣었다. 켰다. 껐다. 켰다. 껐다.

"그만해." 세라가 말했다.

"확인하는 거야."

"네 손이 떨려."

준호가 손을 봤다. 떨리고 있었다. 그가 손전등을 재킷 주머니에 넣었다.

20시 58분. 현관.

문을 열었다. 숲이 거기 있었다. 어둠이 벽처럼 서 있었다. 마당 불빛이 열 걸음쯤 나가다 죽었다. 그 너머는 없었다. 있었다. 보이지 않을 뿐.

세라가 문턱에 섰다.

준호가 뒤에 섰다. 입술을 대지 않았다. 숨만. 목덜미에.

"무서워?"

"응."

"그만할까."

"아니." 세라는 뒤돌지 않았다. "무서운데 다리 사이가 뜨거워. 이게 뭔지 알고 싶어."

준호의 손이 후드 밑으로 들어갔다. 허리. 맨살. 손가락이 레깅스 허리밴드에 걸렸다.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거기서 멈췄다. 세라가 숨을 삼켰다.

"21시." 그가 말했다. 손을 뺐다. "가."

시계가 넘어갔다.

세라가 뛰었다.

발소리. 마당 자갈. 그리고 흙. 그리고 없었다. 숲이 소리를 먹었다.

준호는 손전등을 켜지 않았다. 시계를 봤다. 심장이 그녀의 발을 따라갔다. 따라갈 수 없었다. 이미 없었다.

종이는 테이블 위에 있었다. 두 개의 서명이 천장을 보고 있었다.

21시 10분.

그가 손전등을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