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의 온도
사월의 일요일 아침이었다.
유라는 다락의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빛에 눈을 떴다. 일곱 시였다. 알람 없이 깬 것이 몇 주째였다. 옆자리는 비어 있었고 아래층에서 대패 소리가 났다. 일정한 간격으로, 길게.
그녀는 그 소리를 이제 알았다.
계단 옆 선반에 칫솔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삼 주 전에 생겼다. 유라가 가져온 것이 아니었다. 어느 토요일에 와 보니 있었다. 현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유라도 묻지 않았다. 그냥 썼다.
아래층에는 봄빛이 가득했다. 난로는 꺼져 있었다. 현정은 작업대 앞에서 물푸레나무를 밀고 있었다. 삼 년을 말린 판이었다. 지난달에 건조대에서 내려왔다. "이제 됐어요." 현정은 그렇게만 말했다. 유라는 그 판을 함께 뒤집은 적이 있었다. 겨울에. 반차를 내고 온 날.
"뭐 만들어요?"
"의자. 낮은 거."
"누구 거예요?"
"유라 거."
유라는 커피를 내렸다. 이제 그녀가 내렸다. 현정은 유라가 내린 커피가 자기 것보다 낫다고 했고 유라는 그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 반박하지 않는 것은 이제 쉬웠다. 어떤 말은 그냥 받는 것이었다.
지난주에 유라는 파트너 방에 가서 말했다. 올해 심사에 안 올라가겠다고. 파트너는 오래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그만두는 거야?" 유라는 아니라고 했다. 그냥 올해는 아니라고. 내년은 모르겠다고. 모르겠다는 말을 유라는 그날 처음 사무실에서 했다. 파트너는 알겠다고 했다.
어머니에게도 말했다. 전화로. 어머니는 한참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 그리고 조금 뒤에, 다른 목소리로. "얼굴이 좋아졌더라. 지난번에." 그것이 다였다. 유라는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았다. 넉 달을 말린 나무처럼, 그 말도 급하게 오지 않았다.
머릿속의 문장은 여전히 있었다. 없어지지 않았다. 유라는 그것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을 그만두었다. 대신 문장이 없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시간이 어디서 오는지 알았다. 그것으로 됐다.
커피를 마시고 나서 현정이 대패를 내려놓았다. 손을 앞치마에 닦았다. 그리고 벤치에 앉았다.
"이리 와."
아무 일도 없었다. 유라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 힘든 한 주도 아니었다. 일요일 아침이었고 햇빛이 있었고 커피를 마셨을 뿐이었다. 그런데 현정이 이리 오라고 했고 유라는 갔다. 그것이 두 사람이 아침 인사를 하는 방식이었다.
잠옷 바지가 내려갔다. 담요 위에 엎드렸다. 손이 등에 놓였다. 유라의 숨이 바로 그것을 따라갔다. 이제 그것은 배우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길지 않았다. 세지도 않았다. 손바닥이 엉덩이를 데우는 정도. 왼쪽, 오른쪽. 스무 번쯤. 유라는 세지 않았다. 정말로 세지 않았다. 그냥 온기가 오는 것을 받았다. 마지막에 손바닥이 펼쳐지고 머물렀다.
"여기 있어."
"여기 있어."
유라가 몸을 돌렸다. 현정의 무릎 위에서 올려다보았다. 현정의 얼굴에 봄빛이 있었고 새치가 빛났다. 유라는 손을 뻗어 그 얼굴을 만졌다.
"아직 안 일어날래요."
"의자 만들어야 되는데."
"의자는 삼 년 기다렸잖아요. 십 분 더 기다려도 돼요."
현정이 웃었다. 유라는 세지 않았다. 세지 않기로 했다. 셀 수 없이 많아질 것이었으니까.
담요 위에서, 햇빛 아래에서, 현정의 손이 뜨거운 엉덩이에서 앞으로 돌아왔다. 유라는 다리를 열었다. 손가락이 젖은 살을 쓸어 올렸다. 한 번, 머물고. 유라는 현정의 셔츠 안으로 손을 넣었다. 두 사람은 이제 서로의 결을 외우고 있었다. 어디가 어떻게 조여드는지, 어디서 숨이 멈추는지, 언제 기다려야 하는지. 외웠어도 매번 읽었다. 읽는 것이 좋았으니까.
현정의 손가락이 안으로 들어왔을 때 유라는 현정의 눈을 보았다. 엄지가 정확한 곳에 놓였다. 정확한 세기로.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 이상은 필요 없었다. 유라의 몸이 조여들고 풀리는 동안 현정은 눈을 떼지 않았고, 유라의 손가락 밑에서 현정의 젖꼭지가 단단해졌고, 유라는 절정이 지나가는 동안에도 그것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뒤집었다. 현정을 담요에 눕히고, 아직 뜨거운 몸으로 그 위에 올라가, 입술을 배에서부터 내렸다.
현정은 받았다. 이제 받을 줄 알았다.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처음보다 빨랐다. 유라의 혀 밑에서 현정의 허리가 들리고, 손이 유라의 머리카락을 쥐고, 소리가 났다. 이 사람에게서 소리가 나는 것을 유라는 이제 몇 번 들었다. 여전히 셌다. 이것만은.
한참 뒤에 두 사람은 담요 위에 나란히 누워 천장을 보았다. 대패밥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물푸레나무 냄새가 났다.
"손 줘 봐요." 유라가 말했다.
현정이 손을 주었다. 유라는 그것을 자기 뺨에 댔다. 손바닥을. 굳은살과 흉터가 있는.
"이거예요."
"뭐가."
"온도요. 처음 온 날 밤에, 집에서, 여기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는 것 같았어요. 아픈 게 아니라 따뜻한 게. 그게 뭔지 지금 알았어요."
"뭔데."
"당신 손 온도요. 그냥 그거예요. 삼십육 도 반보다 조금 높은."
현정은 손을 거두지 않았다. 유라의 뺨에 그대로 두었다. 대패질을 오래 한 손은 남들보다 조금 따뜻했다. 그것은 사실이었고, 유라는 이제 그 사실을 몸으로 알았다.
"의자 만들자." 현정이 말했다.
"네."
"유라가 다리 하나 밀어. 내가 봐 줄게."
유라는 일어나 앞치마를 둘렀다. 자기 것이었다. 삼 주 전에 칫솔과 같이 생긴 것. 대패는 아직 서툴렀다. 결을 거스르면 뜯겼다. 현정이 옆에서 손바닥으로 판을 쓸어 보고, 방향을 조금 바꿔 주었다.
"여기. 이쪽으로."
유라는 그쪽으로 밀었다. 얇은 나무가 말려 올라와 바닥에 떨어졌다. 소리가 났다. 일정한 간격으로, 길게.
머릿속은 조용했다.
손바닥의 온도는 통증보다 오래 남는다. 유라는 그것을 서른다섯의 겨울에 알았고, 이듬해 봄에 그 온도 옆에서 나무를 밀고 있었다. 급하지 않았다. 급할 이유가 없었다. 나무는 사 년을 말리고, 사람은 그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었다. 그동안 뒤집으면 됐다. 매달. 그것이 이 사람의 방식이었고, 이제 유라의 방식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