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

비가 왔다.

금요일 밤 아홉 시의 자유로는 어두웠고 젖어 있었다. 와이퍼가 일정한 간격으로 움직였다. 유라는 그 간격을 셌다. 세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세면서 갔다. 철책은 보이지 않았다. 강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거기 있었다.

탄현면. 이차선 도로. 간판 없는 건물. 문 옆의 나무 판이 비에 젖어 검게 보였다.

불이 켜져 있었다.

유라는 차에서 내려 문 앞에 섰다. 우산을 안 가져왔다. 머리가 젖었다. 문을 두드렸다. 세 번.

문이 열렸다. 현정은 앞치마를 입고 있지 않았다. 셔츠와 바지. 손에 수건이 있었다. 미리 들고 있었던 것이다.

"들어와요."

수건이 유라의 머리에 얹혔다. 현정이 닦아 주었다. 유라는 가만히 있었다. 그것이 첫 번째 손이었다.

난로가 있었다. 벤치가 있었다. 담요가 있었다. 다섯 주 전과 같았다. 그런데 유라는 벤치로 가지 않았다. 난로 앞 바닥에 앉았다. 현정이 옆에 앉았다.

"말할게요." 유라가 말했다. "먼저."

"해요."

"한 달 동안 안 온 거, 일 때문만은 아니에요. 일은 핑계였어요. 아니, 일도 있었는데."

현정은 기다렸다.

"화장실에서 제 허벅지를 쳤어요. 새벽에. 아무것도 안 됐어요. 그때 알았어요. 이게 맞는 게 아니라, 당신 손이라는 거. 그러니까… 당신이 필요하다는 거."

"그게 무서웠어요?"

"필요한 사람은 떠나요. 다 떠났어요. 그래서 필요해지지 않는 게 제 방법이었어요. 십 년 동안."

현정은 난로를 보았다. 불이 참나무를 태우고 있었다.

"저는 나무를 사 년 말려요." 현정이 말했다. "그동안 매달 가서 봐요. 뒤집고. 갈라지는지 보고. 사 년 동안 그걸 안 빼먹어요. 독일로 간 사람도, 제가 떠난 게 아니었어요. 저는 여기 있었어요. 그 사람이 갔어요. 저는 그 사람 나무도 아직 뒤집어요. 쓸 데가 없는데."

유라는 그 말을 들었다.

"떠나는 건 제 방식이 아니에요, 유라 씨. 제 방식은 뒤집는 거예요. 매달. 그게 지겨울 순 있어요. 그런데 없어지진 않아요."

"…지겹지 않아요."

"그럼 됐어요."

현정이 일어나 벤치에 앉았다. 담요를 무릎에 폈다.

"오늘은 더 세게 안 해요."

유라가 그녀를 보았다.

"더 오래 할 거예요. 한 달치니까."

유라는 웃었다. 우는 것과 비슷한 웃음이었다. 그리고 갔다.

옷은 이번에 처음부터 다 벗었다. 치마도, 스타킹도, 속옷도. 니트만 남기고. 현정의 무릎 위에 엎드렸을 때 맨살에 담요가 닿았고 그 밑에 현정의 허벅지가 있었다. 따뜻했다. 손이 등에 놓였다. 견갑골 사이. 유라의 숨이 바로 그것을 따라갔다. 한 달이 없었던 것처럼.

첫 두드림은 가벼웠다. 그다음도. 현정은 정말로 세게 하지 않았다. 대신 멈추지 않았다. 왼쪽, 오른쪽, 위, 아래. 같은 세기로. 같은 간격으로. 손바닥이 머무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 가면서. 유라는 셌다. 스물까지 세고, 서른까지 세고, 그리고 세는 것을 잊었다. 잊었다는 것을 몰랐다.

열은 천천히 쌓였다. 급하게 달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데워지는 것이었다. 나무가 마르듯이. 겉과 속이 같이. 어느 순간 유라의 엉덩이 전체가 한 덩어리의 온기가 되어 있었다. 얼얼함이 아니었다. 그냥 온기. 그 위에 놓이는 손바닥이 더 이상 따로 느껴지지 않았다. 손과 살이 같은 온도였다.

문장이 없었다.

이번에는 그것이 오는 것을 유라가 알았다. 문장이 하나씩 빠져나가는 것을. 마지막 하나가 나갈 때까지. 그리고 그 뒤에 남는 것을. 난로. 담요. 비 소리. 손.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현정의 손이 멈췄을 때 유라는 울고 있지 않았다. 대신 몸이 완전히 풀려 있었다. 뼈가 없는 것처럼. 현정의 손바닥이 그 위에 펼쳐졌다.

"여기 있어요."

"…여기 있어요."

유라가 처음으로 대답했다.

이층으로 올라갈 때 현정이 손을 잡았다. 계단이 좁았다. 다락의 작은 창에 비가 부딪히고 있었다.

이번에는 현정도 옷을 벗었다. 유라가 니트를 벗는 동안 현정은 셔츠 단추를 스스로 풀었다. 두 사람은 매트리스 위에서 마주 보았다. 옆으로 누워서. 유라의 엉덩이가 아직 뜨거웠다. 현정의 손이 거기에 갔다. 자연스럽게. 온기 위에 온기.

"뜨겁네요."

"당신 때문에요."

현정이 웃었다. 다섯 번째. 유라는 이번에는 세는 것을 그만두지 않기로 했다. 세는 것도 그녀였다.

입을 맞췄다. 처음이었다. 몇 번의 토요일과 한 번의 수요일 동안 두 사람은 입을 맞추지 않았다. 유라는 그것을 이제 알았다. 현정의 입술은 마른 편이었고, 조심스러웠고, 천천히 열렸다. 유라가 열었다. 현정이 열리게 두었다.

손이 움직였다. 양쪽 다. 유라의 손은 현정의 가슴에, 현정의 손은 유라의 허벅지 사이에. 같은 박자로. 현정의 손가락이 젖은 살을 따라 올라올 때 유라의 손가락도 현정에게 그렇게 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읽었다. 한 사람이 숨을 멈추면 다른 사람이 기다렸다. 조임이 풀리면 조금 더 들어갔다.

현정의 손가락이 안으로 들어왔다. 유라의 손가락도. 동시에. 유라는 눈을 뜨고 있었다. 현정의 얼굴이 손 하나 거리에 있었다. 현정도 눈을 뜨고 있었다. 뭔가를 읽는 눈. 그런데 오늘은 그 눈이 읽히는 것도 허락하고 있었다. 유라는 거기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다. 겨울의 수요일에 손가락으로 느꼈던 것을 이번에는 눈으로 보았다.

"유라."

씨가 없었다. 처음이었다.

"…네."

"안 가요. 나는."

"알아요."

절정은 같이 오지 않았다. 유라가 먼저였다. 뜨거운 엉덩이가 현정의 허벅지에 눌리고 안에 있는 손가락이 정확한 곳에 머물렀을 때.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참지 않았다. 현정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 유라를 안았다. 그리고 유라의 손가락이 계속 움직였다. 현정의 안에서. 현정이 그것을 따라갈 때까지. 조금 뒤에 현정의 몸이 유라의 손을 길게 조였고, 이마가 유라의 이마에 닿았고, 숨이 유라의 입술에 닿았다.

그 뒤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손을 빼지도 않았다. 그냥 있었다. 비가 창을 때렸다. 아래층 난로에서 나무가 타는 소리가 올라왔다.

"자요." 현정이 말했다.

"…여기서요?"

"여기서."

유라는 잤다. 여덟 시간을 잤다. 눈을 떴을 때 창이 밝았고 비는 그쳐 있었고 현정의 손이 아직 유라의 엉덩이에 놓여 있었다. 온기는 밤새 식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이라고 유라는 생각했다. 자유로가 아니라. 이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