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지 않는 손
월요일 아침 여덟 시에 파트너가 회의실 문을 닫았다.
"적대적 공개매수야. 금요일에 공시 났고, 우리 클라이언트가 타깃이야. 삼 주 안에 방어 구조 다 세워야 돼. 유라 씨가 실무 총괄."
유라는 알겠다고 했다. 그것이 그녀가 십 년 동안 한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날 밤 그녀는 사무실에서 잤다. 화요일에도. 수요일에는 오피스텔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왔다. 머릿속의 문장은 돌아왔다. 처음에는 천천히, 한 줄씩. 목요일부터는 한꺼번에. 이사회 결의 요건, 자사주 취득 한도, 공개매수 대항 기간, 백기사 후보 셋. 그 밑에 다른 것들. 파트너의 얼굴. 클라이언트 대표의 목소리. 어머니.
금요일 밤, 유라는 현정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일 못 갈 것 같아요. 일이 생겼어요. 죄송해요.'
답은 십 분 뒤에 왔다.
'괜찮아요. 일 잘 봐요.'
그것뿐이었다. 유라는 그 짧음이 고마웠고, 동시에 조금 더 길었으면 했다. 그 마음을 문장으로 만들지 않았다. 만들 시간이 없었다.
두 번째 토요일도 못 갔다. 이번에는 문자를 목요일에 보냈다. '다음 주도 어려울 것 같아요.' 답은 같았다. '괜찮아요.'
유라는 주머니에 나무 조각을 넣고 다녔다. 호두나무. 회의 중에 손을 넣어 만졌다. 매끈한 면, 둥근 모서리. 그것은 도움이 되었다. 삼십 초쯤. 그런데 삼십 초는 회의 한 번에 다섯 번씩 필요했고, 나무는 그때마다 조금씩 덜 도움이 되었다.
셋째 주 화요일 새벽 세 시, 그녀는 사무실 화장실 칸막이 안에 앉아 있었다. 문을 잠그고. 정장 치마를 올리고, 스타킹 위로 자기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쳤다. 세게. 한 번, 두 번.
아무것도 없었다. 통증만 있었다. 문장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가 더 생겼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녀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자기 손이었다. 하얗고, 마르고, 굳은살 없는. 그 손은 아무것도 읽지 못했다. 그 손에는 온기가 없었다.
그때 유라는 알았다. 문장으로 알았다. 그 조용함은 맞는 것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현정의 손에서 오는 것이었다. 정확히 그 손. 정확히 그 온기.
그것이 무서웠다.
화장실 칸에서 나와 세면대 앞에 섰다. 거울 속의 얼굴은 서른다섯보다 늙어 보였다. 삼 주 동안 잠을 아홉 시간쯤 잤다. 그녀는 거울을 보며 자기에게 말했다. 문장으로. 정확하게.
너는 지금 어떤 사람이 필요해졌다. 필요한 사람은 떠난다. 지수가 떠났다. 어머니는 필요한 것을 준 적이 없다. 필요해지지 않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십 년 동안 그렇게 살았다.
반박이 있었다. 현정은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차피 여기 있다고 말했다. 나무를 사 년 말린다고.
재반박이 있었다. 독일로 간 사람도 있었다. 사 년 뒤에.
유라는 거울에서 눈을 뗐다. 그리고 회의실로 돌아가 백기사 후보 셋의 재무제표를 다시 열었다.
목요일에 어머니가 전화했다.
"공시 봤다. 그 회사 너희가 맡았니?"
"네."
"잘해라. 심사 전에 좋은 딜이다."
"네."
"자니?"
"네."
전화는 그렇게 끝났다. 유라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오래 앉아 있었다. 어머니는 방금 잘 자냐고 물은 것이 아니라 잠은 자면서 하냐고 물은 것이었다. 유라는 그 차이를 알았다. 삼십오 년 동안 그 차이를 알았다.
셋째 주 금요일 밤, 현정에게서 문자가 왔다. 먼저 온 것은 처음이었다.
'내일 자리는 비워 둘게요. 안 와도 돼요. 비어 있는 것도 자리예요.'
유라는 그것을 읽었다. 열 번쯤 읽었다.
답을 썼다. '갈게요.' 지웠다. '가고 싶어요.' 지웠다. '지금 무서워요.' 지웠다. '당신 손이 필요해요.' 그것은 쓰다가 말았다.
결국 아무것도 보내지 않았다.
토요일 오전 열 시, 유라는 회의실에 있었다. 파주에는 벤치가 있었고 담요가 있었고 난로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앞에 앉은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손을 무릎에 놓고. 비어 있는 자리를 앞에 두고.
유라는 그 사람이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몰랐다. 묻지 않았다. 물을 수 없었다.
주머니 속 나무를 쥐었다. 나무는 따뜻하지 않았다. 그녀 자신의 체온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