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마르는 시간

수요일 오후 세 시에 유라는 자유로에 있었다.

반차였다. 삼 년 만이었다. 신청 화면에 사유를 적는 칸이 있었고 그녀는 '개인 사정'이라고 썼다.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이 이상했다. 개인이 있고, 사정이 있었다.

현정은 공방 뒤편에 있었다. 판재들이 세워진 건조대 앞에서 나무를 하나씩 뒤집고 있었다. 위아래를 바꾸고, 간격을 맞추고, 사이에 얇은 막대를 끼웠다.

"평일에 오는 건 처음이네요."

"쉬어 봤어요.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왔어요."

현정이 웃었다. 지난 몇 달 사이에 유라는 그 웃음을 세 번 보았다. 세는 것을 그만두려고 했는데 이것만은 세고 있었다.

"그럼 이거 도와줘요. 이쪽 끝 잡고."

두 사람은 판재를 함께 뒤집었다. 물푸레나무였다. 유라의 손바닥에 거친 결이 닿았다. 아직 다듬지 않은 나무. 현정의 손에서 나무는 가벼워 보였는데 유라의 손에서는 무거웠다.

"이거 몇 년째예요?"

"삼 년째. 봄이면 돼요."

"그 사이에 뭘 해요?"

"이렇게 뒤집어요. 한 달에 한 번. 바람이 고루 가게. 그리고 봐요. 갈라지는지, 휘는지."

"매달요."

"매달."

건조대 옆 벽에 사진이 하나 붙어 있었다. 오래된 사진이었다. 큰 사무실, 유리 벽, 정장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 현정이 있었다. 지금보다 머리가 길었고 새치가 없었다.

"저요." 현정이 유라의 시선을 보고 말했다. "십오 년 전. 가구 회사에서 디자인했어요. 큰 데였어요. 유라 씨네 같은 데."

"그만두셨어요?"

"그만뒀어요."

현정은 마지막 판재를 세우고 손을 털었다. 그리고 건조대 앞 낮은 상자에 앉았다. 유라도 옆에 앉았다.

"은재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칠 년 같이 살았어요. 그 사람이 아팠어요. 우울증이요. 저는 그걸 고치려고 했어요. 약 시간표를 만들고, 병원을 알아보고, 아침에 깨우고, 밤에 재우고. 제가 디자인하듯이. 문제가 있으면 구조를 바꾸면 된다고."

유라는 자기 얘기를 듣는 것 같았다. 말하지 않았다.

"떠나면서 그 사람이 그랬어요. 네가 나를 고치려 할수록 나는 더 망가진다고. 저는 그 말을 오 년 동안 반박했어요. 머릿속으로. 내가 안 했으면 더 나빴을 거라고. 그러다가 어느 날 알았어요. 그 사람 말이 맞았다는 거."

"그래서 나무를요."

"그래서 나무를요. 나무는 고쳐지지 않아요. 결이 이러면 이런 거예요. 할 수 있는 건 정확한 힘을 정확한 데에 주고, 기다리는 것뿐이에요. 밀어붙이면 갈라져요. 처음 이 년은 갈라뜨리기만 했어요."

현정은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이 그걸 배우는 데 오래 걸렸어요. 얼마만큼이 딱 맞는지. 그 이상은 안 하는 거."

"그게… 이것도요?"

"이것도요."

현정은 유라를 보았다. 처음으로 눈을 조금 피했다.

"저는 힘을 주는 사람이에요. 그건 안 바뀌어요. 은재한테는 그게 독이었어요. 멈추라고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으니까. 그 사람이 힘들다고 하면 저는 더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이건, 유라 씨가 휴정이라고 하면 제 손은 멈춰요. 그 말이 있어서 제 손이 안전해요. 그래서 이게 좋아요. 제 손이 누굴 망가뜨리지 않는 유일한 데라서."

유라는 그 말을 오래 들고 있었다.

"그전에도 이런 관계가 있었어요?"

"한 사람. 사 년. 독일로 갔어요. 나쁘게 끝난 건 아니에요. 그냥 갔어요. 이 년 됐어요."

"그동안은요."

"나무 뒤집었어요."

유라는 손을 뻗어 현정의 손을 잡았다. 자기가 그러는 것을 보면서. 현정의 손은 유라의 손보다 컸고, 거칠었고, 손등에 하얀 흉터가 하나 있었다.

"끌이요. 처음 이 년에." 현정이 말했다.

"오늘은 제가 만지고 싶어요."

현정의 손이 유라의 손 안에서 잠깐 굳었다.

"저는 받는 게 서툴러요."

"그럼 제가 읽을게요. 결을."

현정은 아주 오래 유라를 보았다. 그리고 일어섰다.

이층은 다락이었다. 경사진 지붕 밑에 매트리스 하나와 책 몇 권과 작은 창이 있었다. 창으로 겨울 오후의 빛이 낮게 들어왔다.

현정이 매트리스에 앉았다. 유라가 앞에 무릎을 꿇고 셔츠 단추를 풀었다. 지난주에 잡혔던 손이었다. 이번에는 잡히지 않았다. 단추는 일곱 개였다. 유라는 세지 않으려 했고 셌고, 세는 것을 그냥 두었다.

셔츠 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현정의 몸은 마른 몸이었다. 어깨와 팔은 나무를 드는 사람의 것이었고, 가슴은 작았고, 배에는 옅은 줄이 몇 개 있었다. 사십 대의 몸. 유라는 그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을 문장으로 만들지 않았다.

손을 얹었다. 가슴 사이에. 현정의 심장이 빨랐다. 유라는 그것을 손바닥으로 읽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현정이 자기에게 했던 것처럼. 손을 그냥 두었다. 빠르던 것이 조금 느려질 때까지.

"괜찮아요?"

"…네."

유라는 입술을 가슴에 댔다. 젖꼭지를 혀로 천천히 감았다. 현정의 숨이 목에서 걸렸다. 유라는 다른 쪽도 그렇게 했다. 급하지 않았다. 한 곳이 충분히 달아오르면 다음 곳으로. 그녀는 자기가 배운 것을 그대로 돌려주고 있었다.

바지를 벗기는 동안 현정은 매트리스에 등을 대고 누웠다. 유라는 현정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허벅지 안쪽에 입술을 댔을 때 현정의 손이 유라의 머리에 올라왔다. 누르지 않았다. 그냥 얹혔다. 그 손은 여전히 뭔가를 읽고 있었다. 유라의 속도를. 그것을 조금 늦추거나 그대로 두거나.

현정은 젖어 있었다. 유라는 혀로 그것을 길게 쓸어 올렸다. 아래에서 위로. 현정의 허리가 들렸다가 내려갔다. 유라는 다시 했다. 그리고 다시. 손바닥이 자기에게 했던 간격으로. 한 번, 머물고. 혀끝이 음핵에 닿았을 때 현정의 손이 머리카락을 조금 쥐었다.

"천천히."

유라는 천천히 했다. 혀를 작게, 원을 그리듯이. 현정의 몸은 단단했다. 힘이 들어가 있었다. 받는 것이 서투르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유라는 그 몸에서 읽었다. 그래서 더 천천히 했다. 밀지 않았다. 기다렸다. 손가락 하나를 안으로 넣고, 조임이 풀릴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나무를 다루듯이.

조임이 풀렸다. 현정의 숨이 바뀌었다.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유라의 혀와 손가락에 느껴졌다. 어깨에서, 허리에서, 허벅지에서. 그 사람이 뭔가를 놓는 것을 유라는 처음 보았다. 그것이 절정보다 먼저 왔다.

절정은 그 뒤에 왔다. 현정의 몸이 유라의 손가락을 길게 조였고, 머리를 쥔 손이 한 번 떨렸고, 소리는 거의 없었다. 유라는 그것이 끝날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뺨을 현정의 허벅지 안쪽에 댔다.

한참 뒤에 현정이 말했다.

"오래됐어요. 이런 거."

"알아요."

"어떻게요."

"결을 읽었으니까요."

현정이 웃었다. 네 번째였다. 그리고 유라를 끌어 올려 안았다. 마른 팔이었고, 힘이 있었고, 그 힘은 정확했다. 딱 그만큼.

창밖이 어두워질 때까지 두 사람은 그대로 있었다. 아래층 건조대에서 나무가 마르고 있었다. 삼 년째. 봄이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