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유라가 말을 시작한 것은 일월의 토요일이었다.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십이월의 토요일들은 첫 번째와 비슷했다. 조금씩 더 빨리 엎드렸고, 조금씩 덜 셌고, 조용한 시간이 조금씩 더 길어졌다.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그날 밤 몇 시간을 잘지 예상할 수 있게 되었고 대체로 맞았다. 연말에는 두 번 못 갔다. 클로징이 있었다. 현정은 괜찮다고 했고, 정말 괜찮은 것 같았다.
일월 둘째 토요일, 커피를 마시는데 현정이 물었다.
"이번 주는 어땠어요."
보통은 묻지 않았다. 그래서 유라는 대답했다. 대답이 길어졌다.
"어머니가 전화하셨어요. 분당에 사세요. 판사셨어요, 퇴직하셨고. 저한테 물으신 게, 파트너 심사가 올해냐는 거였어요. 그게 다예요. 안부도, 밥은 먹었냐도 아니고."
현정은 커피를 마셨다.
"어머니는 우는 걸 싫어하셨어요. 제가 어릴 때 울면 방에 들어가서 그치고 나오라고 하셨어요. 그치고 나오면 잘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우는 데 오 분이면 됐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은 아예 안 울고요."
"첫날에 울었잖아요."
"그건… 그건 우는 게 아니었어요. 그냥 담요가 젖은 거예요."
현정은 그 말을 그대로 두었다. 반박하지 않았다. 유라는 그것이 고마웠다.
"지수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삼 년 살았어요. 그 사람이 저한테 마지막에 한 말이, 너는 나를 변호하듯 사랑한다는 거였어요. 저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지금도 정확히 몰라요. 그런데 반박을 못 해요. 반박이 안 되는 말은 처음이었어요."
"변호하듯이."
"항상 논리를 만들었어요. 그 사람이 힘들다고 하면 왜 힘든지 분석하고, 해결책을 세 개 만들고. 그 사람은 그냥 힘들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건데."
"지금은 알아요?"
"…지금은 조금 알아요."
현정이 잔을 내려놓았다.
"오늘은 얘기 그만해도 돼요. 아니면 더 해도 되고. 유라 씨가 정해요."
"그만할래요. 그런데 이걸 말한 다음에 하고 싶었어요."
"그럼 이리 와요."
그날 현정의 손은 달랐다. 유라는 그것을 첫 두드림에서 알았다. 아니, 손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자기 몸이 달라져 있었다. 처음부터 세지 않았다. 처음부터 숨이 손을 따라갔다. 속옷이 내려가는 것을 기다렸다.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은 소리가 달라요." 현정이 말했다. 손을 멈추지 않고.
"…어떻게요."
"몸이 앞으로 와요. 손을 피하는 게 아니라, 손 쪽으로."
유라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담요에 묻었다. 현정은 더 말하지 않고, 대신 손을 조금 더 세게 했다. 유라의 몸이 원하는 만큼. 정확히 그만큼.
조용한 시간은 이번에 더 빨리 왔고 더 오래 갔다. 유라는 그 안에서 뭔가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열이 엉덩이에만 있지 않았다. 열은 밑으로 내려가 있었다. 허벅지 사이로. 그녀는 그것을 알았고, 알면서도 문장을 만들지 않았다. 그냥 두었다.
손이 멈추고, 손바닥이 뜨거운 살 위에 펼쳐지고, 담요가 덮였다. 지난주처럼. 그런데 유라는 지난주처럼 그대로 누워 있지 않았다.
몸을 돌렸다. 옆으로. 현정의 무릎 위에서 반쯤 돌아누워 현정을 올려다보았다.
현정은 손을 거두지 않았다. 손은 이제 유라의 엉덩이 옆, 허리께에 있었다.
"유라 씨."
"네."
"지금 원하는 게 뭔지 말해요. 제가 짐작하지 않게."
유라는 말하는 것이 직업이었다. 그런데 이 문장은 십 초쯤 걸렸다.
"만져 줘요. 때리던 손으로."
현정은 잠깐 유라를 보았다. 뭔가를 읽는 눈이었다. 대패를 밀기 전에 판을 쓸어 보던 눈.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담요 위로 올라와요. 이대로는 불편하니까."
담요를 바닥에 폈다. 난로 앞이었다. 유라는 치마를 벗었고, 무릎 아래에 걸려 있던 스타킹과 속옷을 마저 벗었다. 위에는 니트를 입은 채였다. 현정은 옷을 벗지 않았다. 유라 옆에 앉았다. 유라는 옆으로 누웠고, 현정은 유라의 등 쪽에 앉아 한 손을 유라의 허리에 올렸다.
"뜨겁네요, 아직."
손바닥이 엉덩이 위에 놓였다. 때린 자리. 그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 엉덩이 아래로, 허벅지 뒤로. 그리고 앞으로 돌아왔다. 허벅지 안쪽으로.
유라는 이미 젖어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알고 있었다. 소리가 달라졌다고 현정이 말했을 때부터. 어쩌면 그 전부터. 현정의 손가락이 허벅지 사이로 들어왔을 때 유라는 다리를 조금 열었다. 그것이 자기 몸이 한 것 중 가장 솔직한 일 같았다.
손가락은 급하지 않았다. 젖은 살을 따라 한 번 길게 쓸어 올렸다. 아래에서 위로. 그리고 다시. 유라의 숨이 끊어졌다. 손가락은 갈라진 틈을 열지 않고 그 위를 천천히 오갔다. 세 번, 네 번. 때릴 때와 같은 간격으로. 한 번 움직이고, 머물고.
"여기." 현정이 말했다. 손가락 끝이 음핵에 닿았다. 누르지 않았다. 그냥 닿았다. 온기가 거기에 있었다. 손바닥의 온기와 같은 온기.
유라의 몸이 앞으로 갔다. 손 쪽으로. 현정이 그것을 읽었다. 손가락이 작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을 그리듯이. 아주 작게. 유라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했고, 내지 않으려는 것이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짧은 숨이 목에서 나왔다.
"세지 마요." 현정이 귓가에 말했다. "제가 세요."
손가락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천천히. 유라의 안이 그것을 조였다. 손가락은 멈췄다가, 조임이 풀리기를 기다렸다가, 조금 더 들어왔다. 나무를 다루듯. 밀고, 기다리고. 엄지는 여전히 음핵 위에 있었다. 두 개의 움직임이 같은 박자로 갔다.
엉덩이의 열이 담요에 눌렸다. 아직 얼얼했다. 그 얼얼함과 손가락이 만드는 것이 한 곳에서 만났다. 유라는 눈을 감았다. 문장이 없었다. 이번에는 문장이 없다는 것을 알아채는 문장조차 없었다. 열만 있었다. 안에 있는 손가락, 밖에 있는 엄지, 허리에 놓인 다른 손. 난로.
절정은 크지 않았다. 소리도 크지 않았다. 유라의 몸이 한 번 길게 조여들었다가 풀렸다. 그것뿐이었다. 그런데 그 뒤에 오는 것이 있었다. 몸 전체가 가라앉는 것. 담요 밑으로, 바닥 밑으로, 어디까지고.
현정은 손을 천천히 뺐다. 그리고 그 손을 유라의 배 위에 펼쳐 놓았다. 젖은 손이었다. 유라는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참 뒤에 유라가 몸을 돌렸다. 현정 쪽으로. 손을 뻗었다. 현정의 셔츠 단추에.
현정이 그 손을 잡았다. 부드럽게.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잡는 것.
"오늘은 여기까지."
"…왜요."
"유라 씨가 오늘 한 게 많아요. 말도 했고. 이것도 했고. 나무도 하루에 한 면만 밀어요. 다음 주에 봐요."
유라는 반박하려다 하지 않았다. 반박하지 않는 것이 이제 조금 쉬웠다.
옷을 입는 동안 현정은 부엌에서 손을 씻고 커피를 내렸다. 두 사람은 난로 앞에서 그것을 마셨다. 말은 별로 없었다. 필요하지 않았다. 유라는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서른다섯에 처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