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는 손, 채워지는 목

목요일 밤 여덟 시, 셔터가 내려갔다.

태희는 작업 의자에 앉아 있었다. 첫날 그 의자. 앞에 상자가 있었다. 첫날 그 상자. 안에 든 건 달랐다.

지우가 셔터 밑으로 기어 들어왔다. 이번엔 맥주도 오징어도 스케치북도 없이. 빈손으로. 씻고 온 얼굴이었다. 머리가 아직 조금 젖어 있었다.

"……열어봐도 돼?"

"네가 만든 거잖아."

"누나가 만든 거지."

"네가 골랐잖아."

지우가 뚜껑을 열었다.

카멜. 폭 2.8센티. 놋쇠 버클, 놋쇠 자물쇠, 주황 실. 앞면에 작은 별, 뒤에 작은 잎사귀. 지우가 그걸 들어서 뒤집었다. 안쪽. 삐뚤어진 T. 삐뚤어진 J. 나란히.

"……진짜 삐뚤다."

"응."

"이게 내 목에 닿는 거네."

"응."

지우가 한참 봤다. 그러다 태희한테 내밀었다. 태희가 받으려고 손을 뻗었다. 지우가 안 놨다.

"……왜."

"같이."

"뭘."

"같이 채워." 지우가 목줄 한쪽 끝을 잡은 채로 태희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가죽 자투리 위에. "누나가 버클 쪽 잡고, 내가 끝 잡고. 같이."

태희가 버클 쪽을 잡았다. 지우가 반대쪽 끝을 잡았다. 지우가 고개를 숙였다. 목덜미가 드러났다. 태희가 목줄을 지우 목 뒤로 둘렀다. 지우가 자기 손으로 끝을 버클에 끼웠다. 태희가 핀을 구멍에 꽂았다. 넷째 구멍. 재단할 때부터 정해놓은 자리.

"조여?"

"……딱 좋아."

"손가락 하나 들어가?"

지우가 목줄 안쪽으로 손가락을 넣어봤다. 들어갔다. 태희가 그 손가락 옆에 자기 손가락을 넣었다. 둘이 같이 들어갔다. 지우 목이 뜨거웠다.

"자물쇠."

태희가 자기 목에서 열쇠를 뺐다. 가죽끈에 열쇠가 두 개 달려 있었다. 똑같은 놋쇠 열쇠. 태희가 자물쇠를 고리에 걸고, 딸깍 잠갔다. 그리고 열쇠 하나를 끈에서 빼서 지우한테 내밀었다.

"네 거."

지우가 열쇠를 받았다. 손바닥에 놓고 봤다. 작았다. 놋쇠였다. 지우 손바닥에서 따뜻해졌다.

그리고 지우가 그걸 다시 태희한테 내밀었다.

"……왜."

"누나가 가져."

"네 거라며. 네가 하나 더 만들라며."

"만들었잖아. 그럼 됐어." 지우가 태희 손을 펴서 열쇠를 올려놓고 손가락을 접어줬다. "내가 원할 때 달라고 할게. 그때 주면 돼."

"……그게 뭐가 달라. 처음이랑."

"달라." 지우가 태희를 올려다봤다. 목에 카멜 가죽을 두르고. 주황 실이 스탠드 불빛에 반짝였다. "뺏긴 거랑 맡긴 거는 달라. 이건 내가 맡기는 거야."

태희는 열쇠를 쥐었다. 손이 떨리는 걸 지우가 봤다. 지우가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주인님."

태희 숨이 멎었다.

"……한 번 더."

"주인님."

"한 번 더."

"주인님. 주인님. 주인님." 지우가 태희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됐어? 이제 목줄 있으니까 됐지. 됐잖아."

태희가 지우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지우 얼굴을 봤다. 웃고 있었다. 눈은 젖어 있고.

"됐어."

작업대 서랍에서 리드줄을 꺼냈다. 같은 카멜. 같은 주황 실. 지우가 못 본 거였다. 태희가 지난주에 혼자 만든 거. 이건 안 물어봤다.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목줄이 지우 거면 줄은 태희 거니까.

딸깍. D링에 걸었다.

"기어와."

지우는 기어왔다. 공방 바닥을, 가죽 자투리랑 실밥이랑 염료 얼룩 위를, 네 발로. 태희가 줄을 살짝 당길 때마다 목줄이 지우 목을 잡아당겼다. 지우가 태희 무릎 사이에 와서 멈췄다. 고개를 들었다. 태희가 줄을 손목에 두 번 감았다.

"벗겨."

지우가 태희 바지를 벗겼다. 입으로 단추를 풀었다. 손은 바닥에 짚은 채로. 태희는 그거 시킨 적 없었다. 지우가 알아서 했다.

"핥아."

지우가 핥았다. 목줄이 태희 허벅지에 닿았다. 가죽이 따뜻했다. 지우 목 온도로. 태희가 줄을 당기면 지우 얼굴이 더 파묻혔고, 줄을 늦추면 지우가 숨을 쉬었다. 태희가 그걸 조절했다. 당겼다, 늦췄다. 지우가 태희 클리를 빨면서 앓았다. 손은 여전히 바닥에.

"손 써도 돼."

지우 손이 올라왔다. 태희 허벅지를 벌렸다. 손가락이 안으로 들어왔다. 혀가 클리를 눌렀다. 태희가 줄을 당겼다. 세게. 지우가 숨을 못 쉬면서도 혀를 안 멈췄다. 태희가 갔다. 지우 얼굴에 대고, 줄을 손목에 감은 채, 지우 목줄이 팽팽해지는 걸 느끼면서.

"……올라와."

지우가 올라왔다. 태희가 지우를 의자에 앉히고 그 위에 올라탔다. 지우 자지가 서 있었다. 태희가 앉았다. 끝까지. 지우가 태희 허리를 잡았다. 태희가 줄을 당겨서 지우 얼굴을 자기 얼굴 앞으로 끌어올렸다.

"어디 봐."

"……주인님."

"계속 봐."

태희가 움직였다. 지우 위에서. 줄을 쥔 손으로 지우 얼굴을 고정하고, 지우 눈을 보면서. 지우가 태희를 봤다. 눈을 못 감았다. 태희가 못 감게 했다. 태희가 세게 내려앉을 때마다 지우 눈이 흔들렸다. 주황 실이 지우 목에서 흔들렸다. 지우 자지가 안에서 뛰는 게 느껴졌다.

"누구 거야."

"주인님 거."

"목줄은."

"……내 거."

태희가 멈췄다. 지우가 씩 웃었다. 숨을 헐떡이면서.

"내 거야. 내가 골랐으니까." 지우가 태희 손을 잡았다. 줄을 쥔 손. "그리고 주인님 거."

"……."

"둘 다."

태희가 다시 움직였다. 이번엔 안 멈췄다. 지우가 태희 이름을 불렀다. 태희, 주인님, 태희 누나, 주인님. 다 불렀다. 태희는 다 들었다. 지우 목 뒤로 손을 넣어서, 목줄 안쪽을 만졌다. T. J. 손끝으로 읽혔다. 삐뚤어진 두 개. 태희가 그걸 만지면서 갔다. 지우가 그 밑에서 따라갔다. 태희를 꽉 안고, 태희 안에, 목줄을 한 채로.

한참 뒤에.

"……누나."

"응."

"누나 손목."

태희가 손을 들었다. 손목에 카멜 가죽 밴드가 채워져 있었다. 폭 1.5센티. 주황 실. 지우가 만졌다. 뒤집었다. 안쪽에 J.

"……이거 언제."

"어제."

"누나가 만들었어?"

"검은 거 잘라서." 태희가 말했다. "그거 버릴 수가 없어서. 잘라서 이거 만들었어. 안쪽에 있던 T는 잘라냈고."

지우가 밴드를 한참 봤다.

"내 이니셜 찬 거네."

"응."

"그럼 누나가 내 펫이네."

"말 조심해."

"안 조심할 건데—"

태희가 줄을 당겼다. 지우가 웃으면서 끌려왔다.

카멜은 쓰면 쓸수록 색이 짙어진다. 1년이면 꿀색, 3년이면 밤색. 지우 목에 걸린 건 그날부터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태희 손목에 걸린 것도. 같은 속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