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네가 오너 해

금요일 밤 홍대는 목줄 없는 개한테 너무 넓었다.

태희는 지우 뒤통수를 보면서 걸었다. 세 걸음 앞. 지우는 일부러 그 거리를 유지했다. 태희가 빨리 걸으면 저도 빨리 걷고, 태희가 멈추면 저도 멈춰서 폰을 봤다. 잡히지도, 멀어지지도 않게. 개 산책시켜본 사람은 안다. 저건 줄이 없어서 하는 짓이 아니라 줄이 없다는 걸 확인시키려고 하는 짓이었다.

"어디 가."

"몰라." 지우가 뒤도 안 돌아보고 말했다. "목줄 없으니까 아무 데나."

"밥은."

"안 먹어. 오늘 자유라서."

"자유가 밥 굶는 거야?"

지우가 홱 돌아섰다. 걷다가 뒤로 걸으면서.

"누나, 나 오늘 진짜 자유야. 아직 목줄 안 골랐잖아. 버클도 못 정했잖아. 그럼 아직 누나 개 아니잖아."

"2년 동안 내 개였는데?"

"그건 목줄 없이 개였던 거고. 오늘은 목줄 없이 사람 할 거야."

지우는 그러고 나서 진짜로 사람처럼 굴었다. 아무 술집이나 들어가서 태희한테 묻지도 않고 하이볼 두 잔을 시키고, 바텐더랑 십 분을 떠들고, 옆자리 여자애가 그림 뭐 그리냐고 묻자 폰을 꺼내서 포트폴리오를 보여줬다. 태희는 하이볼을 홀짝이면서 그걸 다 봤다. 지우가 삼 초에 한 번씩 태희를 곁눈질하는 것도.

저게 원하는 게 뭔지 태희는 알았다. 끌려 나가는 거. 손목 잡혀서 골목으로 끌려가서 벽에 밀쳐지고 "너 뭐 하는 거야" 소리 듣는 거. 그게 지우가 원하는 결말이었다. 그래서 태희는 그걸 안 했다.

"지우야."

"어."

"오늘은 네가 오너 해."

지우가 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뭐?"

"목줄 없어서 자유라며. 그럼 자유롭게 한번 해봐. 오너." 태희가 하이볼 잔을 내려놓았다. "나 네 펫 할게. 지금부터 자정까지."

"장난치지 마."

"장난 아냐. 시켜."

지우가 태희를 한참 봤다. 옆자리 여자애가 어색해져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지우가 침을 삼켰다.

"……진짜?"

"진짜."

"그럼—" 지우가 눈을 굴렸다. 처음 해보는 사람 얼굴이었다. "……떡볶이 사 와."

"네."

태희는 일어나서 나갔다. 길 건너 분식집에서 떡볶이 1인분을 포장해왔다. 지우 앞에 놓고, 나무젓가락을 뜯어서 손에 쥐여줬다.

"드세요."

지우가 태희를 봤다. 태희가 지우를 봤다. 지우 귀가 빨개졌다.

"……가방 들어."

"네."

"앞에 걸어. 아니, 뒤에. 아니, 옆에."

"네."

지우는 그 뒤로 한 시간 동안 열두 가지를 시켰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사기. 골목 벽에 붙은 포스터 읽어주기. 지우 손 잡기. 지우 손 놓기. 다시 잡기. 노래 부르기(태희가 부르자 지우가 삼 초 만에 그만하라고 했다). 태희는 전부 했다. 토 안 달고, 즉시, 정확하게. 지우가 뭘 시킬 때마다 "네" 하고 대답했다. 지우 눈치를 봤다. 지우가 원하는 대로 됐는지 확인하려고 얼굴을 살폈다.

지우는 점점 말이 없어졌다.

열한 시쯤, 어울마당로 뒷골목에서 지우가 멈췄다. 사람이 없는 데였다. 벽에 낙서가 잔뜩 있고 에어컨 실외기가 웅웅거리는.

"……무릎 꿇어."

태희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아스팔트 위에. 바로.

"아, 잠깐, 일어나. 일어나. 바닥 더러워—"

"시켰잖아."

"아니, 그냥, 해보는 거였어. 누나가 진짜 할 줄은—" 지우가 태희 팔을 잡아 일으켰다. 손이 떨렸다. 태희 청바지 무릎을 손바닥으로 털어줬다. 두 번, 세 번. 필요 이상으로. "미쳤어? 진짜 왜 해."

"네가 오너니까."

지우가 손을 멈췄다.

"오너가 시키면 하는 거야. 그런데 오너는 시키기 전에 생각해야지. 이걸 시키면 어떻게 될지. 얘가 지금 이걸 하고 싶은지. 다치진 않을지. 하고 나서 괜찮을지." 태희가 지우 손을 잡았다. "계속 보는 거야. 그게 오너야. 시키는 게 아니고."

지우가 태희를 봤다. 골목 조명이 노랬다. 지우 얼굴이 아까 술집에서보다 열 살은 어려 보였다.

"……누나 무릎 진짜 괜찮아?"

"괜찮아."

"확인할 거야. 집 가서."

"네."

"그렇게 대답하지 마."

"응."

집에 가서 지우는 진짜로 태희 무릎을 확인했다. 청바지를 벗기고, 불 밑에서 들여다보고, 까진 데 없나 손가락으로 문질러보고. 그리고 그 자세로 한참 있었다. 태희 무릎 앞에 앉아서.

"……아직 자정 아니지."

"열한 시 사십 분."

"그럼 아직 내가 오너네."

"응."

지우가 태희를 올려다봤다.

"누나 뭐 하고 싶어."

태희가 웃었다.

"오너가 물어보는 거야?"

"……그러라며. 계속 보라며."

"좋네." 태희가 침대에 걸터앉아 다리를 벌렸다. "핥아줘."

지우는 시켜서 하는 것처럼 굴지 않았다. 태희 허벅지를 두 손으로 벌리고, 어제처럼 손목이 묶인 것도 아닌데, 두 손을 다 써서 태희 보지를 벌리고 핥았다. 태희가 지우 머리에 손을 얹었다. 누르진 않았다. 그냥 얹었다. 지우가 어디를 핥고 있는지 손바닥으로 느끼면서. 지우 혀가 클리 위에서 동그라미를 그리다가 아래로 내려가서 안쪽을 파고들었다. 태희 허리가 들렸다.

"오너가 이렇게 열심히 하면 어떡해."

"……닥쳐."

"펫한테 닥치라고 하는 거야?"

지우가 얼굴을 들었다. 입술이 젖어 있었다.

"누나, 나 진짜 오너 못 하겠어."

"왜."

"계속 누나 얼굴만 보게 돼. 괜찮은지. 좋은지." 지우가 태희 허벅지에 뺨을 댔다. "이거 너무 힘들어. 어떻게 맨날 이걸 해."

태희가 지우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올라와."

"……아직 내가 오너인데."

"그럼 올라오라고 시켜."

지우가 올라왔다. 태희 위에. 태희가 다리를 벌려 지우 허리를 감았다. 지우 자지가 태희 입구에 닿았다. 지우가 들어오지 않고 멈췄다. 태희를 내려다보면서.

"……들어가도 돼?"

"오너가 물어보네."

"물어보라며."

"들어와."

지우가 밀고 들어왔다. 천천히, 끝까지. 태희가 숨을 뱉었다. 지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희 얼굴을 보면서. 표정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태희가 좋다고 하면 그대로, 태희가 눈을 감으면 조금 더 세게. 오너 노릇을 하는 게 아니었다. 그냥 지우가 태희를 보고 있는 거였다. 그런데 그게 오너였다.

시계가 자정을 쳤다. 지우 폰 알람이었다. 침대 옆에서 삑삑거렸다.

"……시간 다 됐어."

"응."

"다시 가져가." 지우가 태희 안에 박힌 채로 말했다. 이마에 땀이 맺혀 있었다. "누나가 해. 나 못 해."

태희가 지우를 뒤집었다.

그 뒤로는 태희가 했다. 지우 위에 올라타서, 지우 손목을 침대에 눌러 붙이고, 지우가 태희 이름을 부를 때까지 위에서 몰아붙였다. 지우는 한 시간 동안 참았던 사람처럼 금방 갔다. 태희 밑에서 몸을 떨면서, 태희 손목을 붙잡고, 태희 안에 뜨겁게. 태희가 지우 자지를 그대로 안에 두고 클리를 문질러 따라갔다.

불 끄고 나서 지우가 말했다. 태희 가슴에 얼굴을 묻고. 아주 작게.

"……누나."

"응."

"누나는 나한테 물어본 적 있어?"

"뭘."

"목줄. 뭐가 좋은지. 어떤 거 하고 싶은지."

태희는 대답하려다가 멈췄다.

3주 동안 만든 검은 목줄이 생각났다. 지우 없는 밤에, 지우 목을 떠올리면서, 지우한테 뭐가 어울릴지 태희가 정해서. 지우한테 뭐가 좋냐고 물어본 적은 — 없었다. 한 번도.

"……없네."

"응." 지우가 태희 가슴에 대고 숨을 뱉었다. "없어."

그게 다였다. 지우는 그 뒤로 아무 말도 안 하고 잠들었다. 태희는 한참 못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