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도장 두 개

"4센티."

"안 돼."

"왜."

"목 돌리면 턱에 걸려. 4센티는 목줄이 아니라 깁스야."

"손목은 4센티로 해줬잖아."

"손목은 돌릴 일이 없잖아. 목은 돌려야지."

"그럼 3.5."

"3."

"3.5!"

"2.8."

"……어떻게 깎아."

"흥정은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

월요일 아침부터였다. 지우가 스케치북을 들고 셔터 올리기 전에 와 있었다. 밤새 그린 도안이 여섯 장. 태희는 그걸 작업대에 늘어놓고 하나씩 봤다. 지우는 그림을 잘 그렸다. 목줄 앞면에 넝쿨 무늬를 넣은 것, D링을 두 개 단 것, 버클 대신 끈으로 묶는 것, 폭이 4센티인 것.

"이건 예쁜데 못 써."

"왜."

"넝쿨 무늬 새기려면 가죽을 얇게 깎아야 되는데, 그럼 약해져. 목줄은 잡아당기는 물건이야. 끊어지면 안 돼."

"……그럼 무늬 없이."

"무늬는 넣어도 돼. 새기는 대신 찍으면 돼. 여기, 버클 옆에만."

"찍는 게 뭔데."

태희가 서랍에서 쇠도장 세트를 꺼냈다. 작은 놋쇠 막대 끝에 무늬가 새겨진 것들. 별, 잎사귀, 물결, 알파벳 스물여섯 개.

"이걸 젖은 가죽에 대고 망치로 치면 눌려서 찍혀."

지우가 도장을 하나 집어서 손바닥에 대고 꾹 눌렀다. 잎사귀 모양이 손바닥에 잠깐 남았다가 사라졌다.

"……이거 재밌네."

"놀지 마."

"안 놀아."

지우는 놀았다. 태희가 카멜 가죽을 재단하는 동안 옆에서 도장을 하나씩 손등에 찍어보고 있었다. 별, 물결, J. 그러다 태희 팔을 잡았다.

"뭐."

"잠깐만."

지우가 J 도장을 태희 손목 안쪽에 대고 꾹 눌렀다. 잉크도 없이, 그냥 쇠 모양이 피부에 눌리도록. 손을 뗐다. 태희 손목에 J가 하얗게 찍혔다가 천천히 붉어졌다.

"……뭐 하는 거야."

"이제 누나도 내 거."

"말 조심해."

"안 조심할 건데." 지우가 씩 웃었다. "누나가 내 목에 T 찍을 거잖아. 그럼 나도 누나 어디에 J 찍어야 공평하지."

태희가 손목을 봤다. J는 벌써 희미해지고 있었다. 지우가 그걸 보더니 다시 도장을 들었다.

"한 번 더—"

"됐어." 태희가 도장을 뺏었다. 그런데 손목은 안 뺐다. "……나중에. 진짜로."

"진짜로 뭐."

"몰라. 일해."

지우가 태희를 한참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로, 나중에. 그걸 기억해두는 얼굴이었다.

실 색깔은 더 오래 걸렸다.

"주황."

"미쳤어?"

"카멜에 주황 잘 어울려."

"안 어울려. 튀어."

"튀라고 하는 거야. 내 목이잖아."

태희는 밀랍 먹인 실 타래를 다 꺼내놓았다. 갈색, 베이지, 검정, 겨자색, 주황. 지우가 주황 타래를 집어서 카멜 가죽 위에 올려놨다. 태희가 겨자색을 그 옆에 놨다.

"이게 낫지."

"누나 취향."

"……."

"누나가 만드는 거고 내가 거는 거고." 지우가 주황 실을 태희 앞에 밀었다. "누나 손이 하고 내 목이 차는 거잖아. 반반. 실 하나는 내가 이겨도 되지 않아?"

태희는 주황 실을 봤다. 카멜 위에서, 진짜로 튀었다. 근데 예뻤다. 태희가 골랐으면 절대 안 골랐을 색인데, 지우 목에 걸린 걸 상상하니까, 예뻤다.

"……그래. 네 목이니까."

"이겼다."

"실 하나 이긴 거야."

"그래도 이긴 거야."

폭 2.8센티. 카멜 누드 탠. 놋쇠 버클, 놋쇠 자물쇠 고리, 열쇠 두 개. 주황 실. 앞면 버클 옆에 작은 별 하나(지우), 뒤 D링 옆에 작은 잎사귀 하나(태희). 그리고 안쪽에.

"T 먼저."

"J 먼저."

"……가위바위보."

지우가 이겼다. J 먼저. 태희가 가죽을 물에 적셔서 눌러보고, 도장 자리를 연필로 표시하고, J 도장을 지우 손에 쥐여줬다.

"내가 찍어?"

"네 이름이잖아."

"나 망치 못 쳐."

"내가 잡아줄게."

태희가 뒤에서 지우를 안았다. 지우 손 위에 태희 손을 겹쳐서 도장을 세우고, 다른 손으로 지우 손에 망치를 쥐여주고, 그 위에 또 태희 손을 겹쳤다. 팔 네 개로 하나를 쳤다. 탕. 가죽이 눌렸다. 도장을 떼자 J가 찍혀 있었다. 조금 삐뚤었다.

"……삐뚤어."

"괜찮아. 네 거니까."

"다시 찍으면 안 돼?"

"안 돼. 가죽은 한 번이야."

지우가 J를 손끝으로 만졌다. 삐뚤어진 J. 태희는 그게 좋았다. 태희 혼자 찍었으면 절대 안 삐뚤었을 거고, 그러면 그건 또 태희 혼자 만든 게 됐을 거다.

"이제 T."

지우가 T 도장을 들었다. 이번엔 태희 손을 안 잡았다. 자기 손으로 도장을 세우고, 자기 손으로 망치를 들었다.

"내가 찍어. 누나 이름은 내가."

탕.

T가 찍혔다. J보다 더 삐뚤었다. 지우가 "아씨" 했고, 태희는 웃었다.

"둘 다 삐뚤어."

"그럼 잘 어울리네."

가죽을 말려야 했다. 도장 찍은 데가 마르고, 그다음에 염료를 먹이고, 그다음에 실을 꿰고, 그다음에 가장자리를 다듬고. 며칠은 더 걸렸다. 태희가 가죽을 작업대 위에 펴놓고 스탠드 밑에 두었다. T랑 J가 위로 보이게.

"……저거 마를 때까지 뭐 해."

"기다려."

"기다리기 싫어."

지우가 뒤에서 태희를 안았다. 앞치마 위로. 태희 배에 손을 얹었다가, 앞치마 밑으로 손을 넣었다. 태희가 작업대를 짚었다. 가죽이 바로 앞에 있었다. T랑 J.

"손 씻었어?"

"아니."

"염료 묻은 손으로—"

"안 묻었어. 도장만 잡았잖아." 지우 손이 태희 바지 안으로 들어갔다. 손가락이 태희 보지를 찾아서 문질렀다. 벌써 젖어 있었다. 지우가 웃었다. 태희 목덜미에 대고. "누나 아까부터 이랬지. 나 망치 칠 때부터."

"……."

"누나가 내 손 잡고 있을 때. 나 알았어."

태희는 대답 안 했다. 대답 대신 작업대를 더 세게 짚었다. 지우 손가락이 안으로 들어왔다. 두 개. 안쪽을 문지르면서 엄지로 클리를 눌렀다. 태희가 숨을 뱉었다.

"이거 보면서 해."

"뭘."

"누나 이름. 내 이름." 지우가 손가락을 구부렸다. 태희 무릎이 흔들렸다. "저기 누나 이름 옆에 내 이름 있는 거. 보면서."

지우가 태희 바지를 무릎까지 내렸다. 앞치마는 그대로 두고. 뒤에서, 태희 엉덩이를 벌리고, 자지를 대고, 밀고 들어왔다. 한 번에. 태희가 작업대에 엎드릴 뻔한 걸 두 팔로 버텼다. 눈앞에 가죽이 있었다. 삐뚤어진 T. 삐뚤어진 J.

"앞치마 좋다."

"……닥쳐."

"누나가 이거 입고 있으면 진짜 미치겠어. 맨날. 손님 앞에서 이거 입고 서 있을 때마다—" 지우가 허리를 박았다. 작업대가 밀렸다. 가죽이 흔들렸다. "이러고 싶었어."

태희는 작업대 가장자리를 붙잡았다. 지우가 뒤에서 박을 때마다 배가 작업대에 부딪혔다. 지우 손이 앞치마 밑으로 들어와서 클리를 찾았다. 문질렀다. 박으면서. 태희 입에서 소리가 났다. 지우 이름. 그 뒤론 말이 안 되는 소리. 지우가 태희 머리채를 잡아 고개를 들게 했다. 가죽이 보이게.

"누나 지금 뭐 보고 있어."

"……가죽."

"뭐라고 써 있어."

"T…… J……"

"누구 거야."

"……우리 거."

지우가 세게 박았다. 태희가 소리를 질렀다. 지우 손가락이 클리를 눌렀고, 자지가 안쪽 깊은 데를 찔렀고, 태희는 가죽을 보면서 갔다. 작업대에 이마를 대고. 다리가 풀려서 지우가 허리를 잡아줘야 했다. 지우가 그 뒤로 몇 번 더 박다가 태희 안에 쌌다. 태희 등에 엎드려서. 앞치마 끈을 붙잡고.

한참 있다가 지우가 빠져나갔다. 태희가 돌아섰다.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지우가 그걸 보고 있었다.

"……무릎."

"응?"

"무릎 꿇어. 네가 싼 거 네가 핥아."

지우가 씩 웃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가죽 자투리 더미 위에. 첫날처럼. 이번엔 투덜대지 않았다. 태희 허벅지 안쪽부터 핥아 올라갔다. 자기가 흘린 걸 전부. 태희가 지우 머리를 잡고 있었다. 누르진 않았다.

가죽은 그날 밤 다 말랐다. 지우 침 자국이 태희 허벅지에서 마르는 것보다 조금 늦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