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 세 개, 손목 하나
문제는 버클이었다.
정확히는 버클 옆에 달리는 작은 고리였다.
태희가 도안을 그렸다. 카멜 탠, 폭 2.5센티, 놋쇠 버클. 여기까진 합의가 됐다. 그런데 태희가 버클 옆에 작은 고리를 하나 더 그렸다. 자물쇠 거는 자리.
"이게 뭐야."
"자물쇠 고리."
"자물쇠?"
"채우고 나서 잠그는 거."
지우가 도안을 한참 봤다. 그리고 물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오징어 뜯듯이.
"열쇠는 누가 가져?"
"나."
"그럼 안 해."
태희는 연필을 내려놓았다.
"왜."
"내가 못 벗는 거잖아."
"벗을 일이 뭐 있어."
"있을 수도 있지. 목욕할 때. 병원 갈 때. 엄마 만날 때."
"그럼 그때 풀어주면 되잖아."
"누나가 풀어주면 벗는 거고, 안 풀어주면 못 벗는 거고." 지우가 도안을 태희 쪽으로 밀었다. "그건 내 목줄이 아니라 누나 목줄이지."
"당연히 내 목줄이지. 내가 채우는 건데."
"내 목에 걸리는 건데?"
이건 어제랑 달랐다. 색깔 같은 게 아니었다. 태희도 그걸 알았다. 그래서 대답 대신 연필을 다시 집었고, 지우는 스케치북을 덮고 나가버렸다. 셔터를 발로 차서 열고.
다음 날 오후, 태희가 손님이랑 지갑 상담을 하고 있는데 폰이 울렸다.
지우였다. 사진.
지우 목에 목줄이 걸려 있었다. 빨간색. 나일론. 방울 달린. 누가 봐도 다이소 강아지 코너에서 삼천 원 주고 산 거였다. 지우는 그걸 걸고 혀를 내밀고 있었다. 방울이 턱 밑에서 반짝였다.
『이건 내가 벗을 수 있음』
태희는 손님 앞에서 표정을 유지하느라 볼 안쪽을 깨물었다. 손님이 "괜찮으세요?" 하고 물었다. 괜찮다고 했다. 폰이 또 울렸다.
『퀵릴리즈임. 한 손으로 벗김』
『누나 거는 두 손으로도 못 벗음』
『이게 개 목줄이 아니고 뭐야 ㅋㅋ』
태희는 폰을 뒤집어 놓고 손님한테 카드지갑 가죽 두 종류를 마저 설명했다. 손님이 가고 나서 다시 폰을 봤다. 메시지가 일곱 개 더 와 있었다. 전부 방울 사진이었다. 각도만 다른.
『오늘 저녁에 와』
『안 감. 벗기려고 하잖아』
『안 벗겨. 와』
지우는 왔다. 방울 목줄을 그대로 걸고. 셔터 밑으로 기어 들어오는데 딸랑딸랑 소리가 났다. 태희는 그걸 보고 웃음을 참는 데 실패했다.
"벗기지 마."
"안 벗겨."
"손도 대지 마."
"안 대." 태희가 작업대 위에 뭔가를 늘어놓았다. 가죽 손목 밴드 세 개. 전부 카멜 탠, 전부 폭 2.5센티. 버클만 달랐다. "이거 차봐."
"뭔데."
"하나는 퀵릴리즈. 네가 좋아하는 거. 한 손으로 딸깍." 태희가 첫 번째 밴드를 들었다. "하나는 그냥 버클. 두 손 쓰면 풀리는 거." 두 번째. "하나는 자물쇠 고리 있는 거. 열쇠 없으면 못 푸는 거." 세 번째, 놋쇠 자물쇠가 대롱대롱 달린 거.
"그래서."
"각각 차보고, 어느 게 네가 벗고 싶을 때 벗어지는지, 어느 게 벗기 싫을 때 안 벗겨지는지 알아보자고."
지우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거 함정이지."
"당연하지." 태희가 작업 의자를 끌어왔다. 등받이 있는 거. "앉아. 손 뒤로."
지우는 앉았다. 방울을 딸랑거리면서. 태희가 지우 손목을 등받이 뒤로 모아, 첫 번째 밴드로 묶었다. 퀵릴리즈. 지우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더니 삼 초 만에 딸깍, 하고 풀어버렸다.
"봐. 편하잖아."
"편하네." 태희가 지우 무릎 위에 올라앉았다. 지우가 풀어놓은 손으로 태희 허리를 잡으려는 걸 낚아채서 다시 등 뒤로 돌렸다. 두 번째 밴드. 일반 버클. "이번엔."
지우가 손목을 비틀었다. 한참 걸렸다. 태희가 그동안 지우 티셔츠를 걷어올리고 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혀로 굴리고, 이로 살짝 물고. 지우가 "아, 잠깐" 하면서 집중을 못 했다. 그래도 1분쯤 지나서 풀었다. 손목이 빨개진 채로.
"……풀리긴 하네."
"풀리긴 하지." 태희가 세 번째 밴드를 들었다. 자물쇠 달린 거. 지우가 손목을 뒤로 뺐다.
"이건 열쇠 어딨는데."
"여기." 태희가 자기 목에 걸린 가죽끈을 들어 보였다. 작은 놋쇠 열쇠가 매달려 있었다. "내 목에."
"……."
"차볼래, 말래. 싫으면 안 해. 차고 나서도 가위 하면 바로 풀어."
지우가 태희를 봤다. 태희 목에 걸린 열쇠를 봤다. 그리고 손을 등 뒤로 돌렸다.
찰칵.
태희가 지우 무릎에서 내려왔다. 지우가 손목을 비틀었다. 안 됐다. 가죽이 손목을 꽉 물고 있었다. 지우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려다 다시 앉았다.
"……이거 진짜 안 풀리네."
"응."
"불편해."
"응." 태희가 지우 앞에 섰다. 바지를 벗었다. 속옷도. 지우 눈이 커졌다. "손 못 쓰니까 혀로 해."
"뭐?"
"들었잖아."
태희가 의자 팔걸이에 한 발을 올리고 지우 얼굴 앞으로 허리를 밀었다. 지우가 방울을 딸랑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처음엔 반항하듯 입을 다물고 있었다. 태희가 지우 머리채를 잡아 당겼다. 세게는 아니고, 방향만 알려주는 정도로.
"핥아."
지우가 혀를 내밀었다.
태희 보지에 지우 혀가 닿았다. 처음엔 살짝, 간 보듯이. 그러다 태희가 머리를 더 당기자 아예 얼굴을 파묻었다. 지우는 이걸 잘했다. 태희가 가르친 거였다. 클리를 혀끝으로 톡톡 건드리다가 입술로 감싸고 빨고, 그러다 혀를 넓게 펴서 아래부터 위로 핥아 올리고. 태희가 좋아하는 순서 그대로. 지우 턱이 흥건해졌다.
"손 쓰고 싶어?"
"……읏, 응."
"안 돼."
지우가 손목을 비틀었다. 자물쇠가 짤랑거렸다. 방울도 짤랑거렸다. 태희는 그 소리에 웃음이 나오면서 동시에 허벅지가 떨렸다. 지우 혀가 안으로 들어왔다가 나와서 클리를 빨았다. 태희는 한 손으로 지우 머리를 잡고 다른 손으로 의자 등받이를 짚었다. 지우 얼굴에 대고 허리를 흔들었다.
"너 지금 손 못 쓰니까 더 열심히 하는 거 알아?"
지우가 뭐라고 했는데 입이 막혀서 안 들렸다.
태희가 먼저 갔다. 지우 입에 대고, 지우 머리를 두 손으로 붙잡고, 허벅지로 지우 얼굴을 조이면서. 지우는 태희가 다 끝날 때까지 혀를 멈추지 않았다. 손목이 묶여서 다른 걸 할 수가 없으니까.
태희가 숨을 고르고 나서, 지우 청바지를 열었다. 자지가 청바지 안에서 터질 듯이 서 있었다. 태희가 그걸 꺼내고, 지우 무릎 위에 다시 올라앉아, 그대로 앉았다. 지우가 "아" 하고 소리를 냈다. 방울이 딸랑거렸다.
태희는 일부러 천천히 움직였다. 지우가 허리를 밀어 올리려 하면 무릎으로 눌러 못 하게 하고, 태희 속도로만. 지우 손이 등 뒤에서 자물쇠를 잡아당기는 소리가 났다. 안 풀리는 걸 알면서도.
"손 풀어줄까."
"……풀어줘."
"싫으면 안 푼다며."
"풀어줘, 누나, 제발—"
태희가 목에서 열쇠를 뺐다. 지우 등 뒤로 손을 뻗어 자물쇠에 꽂았다. 딸깍. 지우 손이 풀리자마자 태희 허리를 낚아채서 밑에서 위로 박아 올렸다. 태희가 지우 어깨를 붙잡았다. 의자가 삐걱거렸다. 지우는 눈이 뒤집힌 채로, 손목에 빨간 자국이 남은 손으로 태희 엉덩이를 움켜쥐고, 위로 위로 밀어 올리다가, 태희 안에 싸버렸다. 태희를 꽉 껴안고. 방울을 딸랑거리면서.
한참 있다가 지우가 말했다. 태희 어깨에 턱을 걸치고.
"……잠겨 있을 때가."
"응."
"제일 이상했어."
"어떻게."
"손 못 쓰는데, 누나는 다 하고 있고, 나는 그냥…… 당하고만 있고." 지우가 태희 등을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근데 그게 제일 떨렸어."
태희는 아무 말 안 했다.
"그래도 열쇠는 하나 더 만들어."
"왜."
"내 것도 있어야지." 지우가 고개를 들었다. 방울이 딸랑, 했다. "쓰든 안 쓰든."
태희가 지우 목에 걸린 빨간 나일론 끈을 봤다. 삼천 원짜리. 한 손으로 벗겨지는 거.
"……생각해볼게."
"생각 말고."
"생각해볼게."
지우는 그날 밤도 방울을 벗지 않고 잤다. 태희가 새벽에 깨서 손을 뻗었다가, 딸랑 소리에 지우가 뒤척이는 바람에 도로 손을 뺐다. 벗기려던 게 아니었다. 그냥 만져보려던 거였다. 안 벗긴다고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