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걸이
* 100% 창작 판타지입니다. 실존 인물과 무관합니다.
1.
재현이 데려간 곳은 회사에서 차로 40분 거리의, 간판도 없는 건물이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조용한 재즈 음악, 그리고 익숙한 듯 낯선 분위기의 사람들.
"여긴...?" 내가 묻자 그가 내 손을 잡았다.
"내가 오래 다닌 모임이야. 편하게 자기 정체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곳. 다들 낮에는 평범한 사람들이야. 회사원, 의사, 자영업자. 밤에만 이렇게 만나."
낯선 사람들이 재현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아무도 우리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느낌. 처음 느껴보는, 숨길 필요 없는 공기였다.
2.
모임이 끝나갈 무렵, 재현이 작은 상자를 꺼냈다. 안에는 얇은 초커. 겉보기엔 평범한 목걸이지만, 자세히 보면 안쪽에 작은 잠금장치가 있었다.
"이거, 이 세계에선 의미가 있어." 그가 설명했다. "정식 파트너에게 주는 거야. 계약이 아니라, 선택으로 묶이겠다는 뜻."
"저한테... 주는 거예요?"
"어. 근데 강요는 아니야. 원치 않으면 그냥 목걸이야."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여 그가 채워줄 수 있게 목을 내밀었다. 차가운 금속이 목에 닿는 순간, 이상하게도 무겁지 않았다. 오히려 가벼워졌다. 더 이상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처럼.
"이제 진짜 내 거네." 그가 낮게 웃으며 잠금장치를 잠갔다.
3.
그날 밤, 그의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평소보다 더 깊고 느린 시간을 가졌다. 목에 채워진 초커의 무게를 느끼며, 나는 처음으로 완전한 항복을 경험했다. 두려움이 아니라 신뢰에서 나오는 항복.
"아파?" 그가 로프를 조이며 물었다.
"아니요." 나는 웃었다. "이젠 안 무서워요. 뭘 해도."
"위험한 말이야, 그거."
"알아요. 근데 당신이니까."
그의 손이 평소보다 조심스러워졌다. 강도는 그대로였지만, 손끝에 담긴 마음이 달랐다. 마치 목걸이가 우리 사이의 무언가를 확실하게 만들어준 것처럼.
새벽이 다 되어서야 잠든 나를, 재현은 오랫동안 내려다보고 있었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