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켜버린 밤

* 100% 창작 판타지입니다. 실존 인물과 무관합니다.

1.

탕비실 문을 연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재현이 내 손목을 슬쩍 잡고 있었던 것. 아주 잠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방심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던 사람은, 인사팀 윤아 선배였다.

윤아 선배의 눈이 우리 두 사람의 맞잡은 손과, 순간적으로 떨어지는 거리를 정확히 훑었다.

"...커피 마시러 온 거예요." 내가 얼른 손을 빼며 말했다.

윤아 선배는 아무 말 없이 커피를 타서 나갔다.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무서웠다.

2.

그날 밤, 재현에게서 문자가 왔다. [퇴근하고 스튜디오로 와.]

평소와 다른, 짧고 건조한 문자.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지하 계단을 내려갔다.

"들켰을 수도 있어요." 문을 열자마자 내가 말했다.

"알아." 그의 표정은 생각보다 차분했다. "근데 그게 오늘 널 부른 이유는 아니야."

"그럼요?"

그가 내 턱을 잡아 올렸다. "불안하지, 지금. 나도 그래. 근데 그 불안, 다른 방식으로 풀어줄게."

그날의 세션은 평소보다 훨씬 강렬했다. 로프가 평소보다 단단하게 조여졌고, 그의 손길엔 평소에 없던 절박함이 섞여 있었다. 마치 이 순간을 붙잡아두려는 것처럼.

"눈 감지 마." 그가 낮게 말했다. 눈가리개 없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본 채로.

"무서워요?" 내가 물었다.

"어. 근데 너를 놓는 것보다는 안 무서워."

3.

다음 날, 윤아 선배가 나를 조용히 불렀다. 회의실이 아니라, 옥상으로.

"어제 본 거, 아무한테도 말 안 했어." 그녀가 담배 대신 커피를 홀짝이며 말했다. "근데 알아둬. 이 회사에 소문나면, 너만 다치는 구조야. 대표는 안 다쳐. 그게 현실이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하나 더." 윤아 선배가 웃었다. "나도... 그런 세계, 조금은 알아. 그러니까 판단하려는 거 아니야. 그냥, 조심하라는 거야. 너를 위해서."

그 말에 나는 처음으로, 이 관계가 나 혼자 짊어지고 있던 무게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세상엔 우리를 이해할 사람도 있다는 것.

그날 저녁, 나는 재현에게 윤아 선배와의 대화를 전했다. 그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그럼 이제 숨기지 말자."

"...진심이에요?"

"어. 완전히 공개는 아니어도, 적어도 우리끼리는. 더 이상 숨기지 말자고. 다음 주에 너한테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어."

- 다음 화에 계속 -